자동차 옵션도 '구독'할 수 있다?
최근의 경제 트렌드 중 하나를 꼽자면 ‘구독경제’입니다. 특정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여 사용하는 것이죠. 대다수의 독자들도 구독제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카셰어링 서비스인 쏘카 등을 사용해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자제어 기능이나 열선, 통풍시트 등의 자동차 옵션도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을까요? 과연 자동차 옵션에 적용하는 것이 소비자와 기업에게도 이득일까요? 그에 대한 답을 이번주와 다음 주의 글 2개로 다루고자 합니다.
현재 출시된 자동차의 옵션 구독제는 넷플릭스나 카셰어링과는 결이 소폭 다르기는 합니다. 넷플릭스와 카셰어링은 소비자가 물리적(컨텐츠의 경우 다운로드해 평생 소장)으로 해당 서비스를 가지지 않고 판매자로부터 일정 기간동안 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대여해 이용하게 되는 구조지만, 자동차 옵션은 정비나 생산적인 측면에서 빈번한 대여와 반납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옵션 구독제는 열선, 전자제어 서스펜션, 고출력 모드 등의 기능을 차를 생산할 때 미리 탑재해두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독자에 한해서만 해당 옵션을 사용하도록 자동차의 성능을 제한함으로써 구현됩니다.
그렇다면 왜 구독경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지 다소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자동차 옵션 구독제가 실현되었을까요? 그 답은 전기차에 있습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각 부품을 제어하고 통제할 때는 전자회로와의 접점이 크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스타팅 모터나 라디오 정도에만 전자회로가 적용되었고 대부분의 부품은 유압과 톱니바퀴, 클러치 등의 기계적 요소로 제어되었습니다. 하지만 구동력을 전기모터에서 만들어내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그에 따라 자동차의 부품 상당수를 전자회로와 ECU(자동차의 뇌 격인 컴퓨터)를 통해 제어하게 되면서 그에 따라 앞서 언급한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나 열선시트 등의 성능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즉,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자동차 제조사로 하여금 옵션 구독제를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구독제를 실시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자동차 구입 시 추가 비용을 내고 옵션으로 선택했던 기능들을 연 단위나 월 단위로 구독할 수 있는 옵션 구독 서비스를 다양한 회사에서 출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레벨2 수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완전 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에 대한 구독 서비스를 2021년 7월부터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FSD)는 오토파일럿, 자동 차선 변경, 자동 주차, 정지 신호 제어로 주행 시 운전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운전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작년 10월, 향후 구독 및 서비스기반 비즈니스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GM은 2023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반자율주행시스템 ‘울트라 크루즈(Ultra Cruise)’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예정이며, 주행 시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95%의 손을 뗄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볼보는 운전자의 상시 모니터링을 필요로 하지 않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Ride Pilot)’의 구독화를 추진 중입니다.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차세대 순수 전기 SUV부터 구독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벤츠는 미국에서 전기차 EQS에 구독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하였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서비스하진 않지만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EQS에는 뒷바퀴를 10도까지 비틀어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후륜조향옵션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습니다. 후륜조향옵션 구독서비스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락을 온오프하는 선택옵션입니다. 구독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후륜각의 4.5도만 제공되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후륜각의 10도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이용자들을 위한 구독형 전기차 충전 요금제도 출시되는 모습입니다. 월 구독료를 내면 할인된 가격으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교통솔루션 전문기업 에스트래픽이 2021년 9월 ‘에스에스 차저 럭키패스 멤버십 요금제’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멤버십 중 럭키패스 라이트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월 1만1900원으로 매월 전기에너지 300kWh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소 1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또한 현대차는 최근 에스트래픽과 제휴를 통해 ‘럭키패스 H’를 출시했습니다. 럭키패스 H라이트+의 경우 구독료는 1만5000원, 월 약정량은 400kWh입니다.
이와 같은 자동차 옵션 구독제, 그러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우선 구독형 옵션이 적용된 차량이라면, 하드웨어 가격이 추가되어 있는 상태니 기본 모델의 가격은 올라가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옵션, 즉 구독되지 않은 옵션의 가격은 빠지게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에 옵션을 선택해서 구매했던 방식보다 많은 돈을 내고 차량을 구매하긴 하지만, 구독하고 싶지 않은 옵션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면 추운 겨울에만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을 구독한다면, 이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겨울에만 구독료를 지불하면 되므로 더 경제적이고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자동차 옵션 구독제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사람들은 휴대폰과 같은 하드웨어와 서비스가 결합된 장치로 바라보지 않고 집과 부동산같은 재화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독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아무리 오래 이 차를 타더라도 ‘온전한’ 내 차는 절대 될 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또한 필요한 기능을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기존에 옵션으로 들어갔을 때보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을 월 단위로 구독할 경우 추운 겨울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 단위라면? 내가 사용하지 않는 더운 여름에도 구독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또한 차량 구매 시에만 지불했던 옵션료를 매월, 매년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소비자에겐 꽤나 큰 부담입니다.
예시로 지난 7월 BMW가 공식 홈페이지에 자동차 옵션 구독제가 업데이트되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열선 시트를 돈받고 판다고?", "이미 설치돼 있는 걸 락 걸어서 구독하면 풀어준다니.", "결국 옵션 장난인데 기분이 나쁘다"등 격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비자들의 큰 분노에 결과적으로 BMW는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을 구독제에서 제외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구독제 자체가 소비자를 배려하고 선택폭을 넓힌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일종의 돈벌이 모델로 해서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옵션을 구독제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며 "자동차 제작사나 판매처에서 좀 더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구독제를 시행할 경우 더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능을 구독으로 제공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필요한 기능인가'라는 것입니다. 기능을 구독하지 않았을 경우 차량의 원래 출고 가격이나 서비스 가격이 더 내려가야 하는데, 기업에서 과연 그렇게 제공할 것이냐는 것이죠. 완성차업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가격에 있어 굉장히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더 실리적인 건지 자동차 업체만 배를 불리는 꼼수인지는 좀 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옵션 구독제를 어떤 방식으로, 무엇으로 제어하는지. 또한 기존 옵션 구매방식에서 구독제로 전환했을 경우 발생하는 어떤 비용이 발생하고, 그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지에 대해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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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지윤, 최호빈, 홍수현 (MS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