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누런, 노오란, 노랑에서 초록으로, 큰 손바닥 모양, 길고 가는, 작고 동글동글한, 여름 숲에 모인 청춘, 겨울에도 늘 푸른 잎, 눈 사이에 핀 초록 잎, 무성한, 이파리 달랑 하나, 떨어지는 중, 떨어질락 말락, 떨어진, 떨어진 적 있는, 그루터기, 푸근한 품, 교정, 정문 앞, 호수공원, 햇빛을 따라 한 없이 위로, 사건의 트리거. 행동: 던지다, 밟다, 자주 바라보다, 떠올리다, 시집 앞에 스티커처럼 붙이다, 피리 불다, 맥을 보다, 가리다, 간지럽히다, 감탄하다, 시들다, 새싹이 돋다. 편지지, 책갈피, 책장, 악보, 운명의 수레바퀴. 이파리가 보이는 창문 너머를 감상한 지 한 시간쯤 되자, 세밀화가, 이파리나 꽃잎을 세세하게 관찰하기 위해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걷는 여자가 떠오른다. 프로페셔널한 근엄함 뒤에 해맑음이 있다. 바람과 대립하는 김수영의 풀잎. 그늘, 점심 먹을 자리, 낙엽 쓰레기, 기억과 추억. 비가 내린다. 이파리를 때리는 소리. 후둑후둑. 툭 툭 툭. 영어로는 leaf. 중국어로는 叶子yè‧zi. 프랑스에서는 feuillage, 독일에서는 blätter. fig leaf는 무화과나무 이파리를 말하지만,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몰래 따 먹고 욕망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아버렸고, 몸의 일부를 가리는 용도로 무화과나무 이파리를 사용했다고 해서 '치부를 가리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파리를 3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알게 된 사실은 이따금씩 창문을 반쯤만 열 뿐이고, 활짝 연 날에도 이토록 가까이 이파리를 들여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