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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시간만 주면 누구나 숨도 안 쉬고 뱉어낼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중간에 끼어들거나 주석을 달지 않고 온전히 질문만으로 함께해 줄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이상적인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으므로 우리에게 얼마나 고유의 이야기가 가득한지 깨닫지 못한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정제되지 못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일이 그 대상이 나의 삶일지라도(아니, 그래서 더욱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표현의 갈증이나 언어적 재능이 남다른 사람들의 노고를 빌려 우리 자신을 비춘다. 자신을 오롯이 비추는 거울을 갖는 것은 글을 잘 쓰고 소통의 원활한 도구를 가진 사람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하게 비춰볼 순 있어도 나의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이므로 나만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누군가 쓴 특수한 상황에서 보편의 감정과 깨달음을 얻긴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직접 쓰기 위해 글쓰기를 연마하는 일은 삶을 살아가면서 응해야 할 소명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질투라든지 용서라든지 어떤 예민함이나 트라우마라든지 무엇이 되었든. 서점의 매대에 놓인 소설들은 그 이야기가 괜찮을지 아닐지, 누군가 이 이야기를 좋아할지 아닐지를 고려하여 쓰인 것이지만 그 이전에 자기 이야기를 직접 완성하는 소명에 충실했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담기다 쌓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서론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