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진지해지는 이유
일상에서 재잘거리는 나는 자주 재밌게 말하는 사람인데 써놓은 글을 보면 그렇게 깊은 땅굴이 또 없다. 자꾸 파고파서 더 들어갈 구멍이 없어 보이는데도 자꾸 파고 들어간다. 읽는 사람이 땅굴에 갇혀있을때 꺼내줘도 모자랄 판에 쓰는 사람이 작은 돌멩이에도 채여 넘어진다니.
그렇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대단히 멘털이 강하거나 바위 정도는 훌쩍 넘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쓰는 사람은 쓰면서 강해지는 사람이고, 쓰다가 펑펑 울어도 그 덕에 맑아져 제 식의 유머를 길어 올리는 사람이다.
웃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읽는 것도 좋다.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여자들과의 연대. 웃기는 여자들을 모으자. 양다솔을 모으고, 김혼비를 모으자. 이슬아를 모으고 요조도 모으자. 각자가 생각하는 웃김에 대해, 유쾌함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될 것이다. 문체는 각자의 취향이므로 서로 존중하도록 하자.
모든 글이 웃겨야 하는 건 아니다. 유쾌함이 글의 완성도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어떤 글은 100% 진지하거나 슬퍼야 하고 지극히 엄숙한 모양새를 갖춰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들이마셔도 되는 말과 마음만을 마시자. 내뱉어도 되는 그런. 슬픔이 우릴 삼키지 않게 쓰자. 애써 포장하려는 마음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자. 이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억측과 기억, 해석과 오해 말고. 정확한 사실.
자꾸 진지해지려고 할 때는 의미부여의 꼬리를 자르자. 타인에 대해 쓰려거든 자기 자신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수 없이 변하는 생물. 그러니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나에게 대해 말하든지, 나의 목소리를 빌려 타인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게 에세이가 될지, 소설이 될지는 모르겠다. 일기나 편지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뭉클하게 말하고 유쾌하게 쓸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