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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을 찾아서(2): 진실된 거짓말쟁이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by 뭉클


*'730을 찾아서'는 하루에 한 권씩 총 365일 동안 읽어도 좋을 문학책, 비문학책 각각 365권을 찾아 서재를 완성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책 일기.




진정으로 망가지는 순간은 불행한 때가 아니라, 내가 왜 그렇게 됐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 같아요. 왜 쓰게 되냐고 묻는다면,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계속 몰라요. 좀 이해가 안 돼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요. 솔직히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아시겠나요?


양다솔의 34통의 글감편지를 읽다 보면 까불이 글방에 가고 싶어진다. 주제와 글감, 추신, 비밀편지에 퇴고팁까지.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글선생의 내공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다정하고 따뜻해.


모두가 내 집 마련의 꿈에 허덕일 때 양다솔은 내 영혼이 살 내 글 마련의 꿈을 꾼다.


노련한 선생은 제부터 내놓지 않는다. 두렵고 귀찮은 마음부터 살피고 어루만진다. 그러고는 슬쩍 과제를 주고 쿡쿡 찌른다. 어서 해봐~~


글을 쓰면서 힘을 빼는데 1년 넘게 걸렸다. 내게 글을 쓰는 건 절망과 좌절 관리법의 일환.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왜 쓰는지에 대해 더 잘 정리할 수 있겠다.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발명하는 것. 겁도 많고 생각은 더 많은 사람한테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공간. 그게 글쓰기였다.


진실되게 짓된다는 건 뭘까. 허구도 핍진성 있게. 그러고 보니 어떻게 쓸지는 어떻게 살지 와 다르지 않고 글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거짓말을 가장 그럴듯하게 해내고 생생하게 실패하는 사람의 삶이야말로 글쓰기의 지향점.


글을 쓰면서 다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좋겠어. 애써 극복하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정확히 언어로 묘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화를 하고 나서 늘 후회가 몰려온다면, 아직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찾아 헤매던 완벽한 대화상대를 만나게 될 것이고.



양다솔-한겨레출판-2025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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