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730을 찾아서'는 하루에 한 권씩 총 365일 동안 읽어도 좋을 문학책, 비문학책 각각 365권을 찾아 서재를 완성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책 일기.
책 Q쇼 시즌2가 벌써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주의 작은 동네서점에서 열린 첫 토크쇼를 시즌1이라고 부르게 될 줄은 몰랐지. 읽고 쓰는 일에 대해 너무 할 말이 많았고, 벅차서 두서도 없었는데.
글쓰기에 관한 책이란 어느 순간 뻔해진다. (글쓰기가 뻔해질 리 없는데 글쓰기에 관한 책은 왠지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고요한 읽기>를 '읽고 나면 뭔가 쓰고 싶어 지는 에세이'로 소개했었고, 의도치 않게 조금 딥해져서 나만 재밌는 영영 선택되지 않을 책들을 소개하게 될 때도 있다.(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책이라고 해도 함부로 권하고 싶지 않아서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책에 가장 많이 적은 말
- ㅋㅋㅋ
- (다양한 이유로) 멋져!
- 이런 비유라니!!
그리고 더 많이 드는 생각은
- 여긴 무술이나 복싱, 그러니까 싸움의 기술을 배우는 곳일까?
이슬아는 업력의 천재다. (업무력보다 업력이라고 하는 편이 좀 더 느낌이 산다.) 엄청난 기세로 사랑과 우정의 열여덟 가지 비기를 풀어놓는데 쓰는 쪽의 사람이 읽는 사람을 사랑하는 단련의 사례가 풍성하다. 이미 살아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 이런 걸 꿀팁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이메일을 쓰는 이슬아에게 사랑이란,
(의뢰인이 작가에게) 최선의 예산을 알려주는 배려, (작가가 의뢰인에게) 상한선을 제안하는 기세, 상대의 사소하지만 호감이 드는 습성을 찾아내는 관심과 관찰력, 상대의 시간과 노고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씀씀이, 필요하다면 나를 수정할 줄도 아는 자존심, 싸우지 않고도 상대가 저지른 크고 작은 실수들을 시정하는 노련함과 지혜....
이슬아에겐 다정과 맷집, 고운 마음과 강한 펀치의 매뉴얼이 있다.
일머리와 말센스는 업력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족이나 배우자, 친구와 잘 지내는 데에도, 이사나 여행을 준비할 때도 필요하다. 기세와 패기와 자신감 또한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나를 설레게 하는 건 노동의 대가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자기 긍정의 언어, 종이 위에서 생동하는 몸의 언어다.
간격을 두고 한 번 더 읽으니 좋았다. 읽으면서 쓴 메모와 밑줄 위주로.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면서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이 기술은 물론 상대에 대한 너그러운 애정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지겹지만 또다시, 상대를 조금은 좋아해야 한다는 진부하고도 거룩한 결론에 다다르고야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