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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y 03. 2023

마흔 그리고 오십

요즘 TV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또는 유튜브채널에서 자주 나오시는 김미경 강사님이 계시는데, 강의 주제가 마흔 수업이라고 마흔쯤 되면 누구나 느끼는 불안, 초조감등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별게 아닌 것처럼 편하게 강의하셨다.. 물론 그분은 60을 바라보고 계시는 분이시지만, 그분이 마흔에 겪은 일들은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웠을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강의 내용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어릴 때 마흔이라면 우선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사회적 지위나 가정에서나 경제적으로나 뭐든 이뤄낸 결과물들과 함께 하고 노후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을 나이라 생각했을 거라고....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이런 느낌으로 말씀하신 것 같았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 역시 어릴 적에 생각하는 마흔 이란 나이가 주는 느낌은 뭔가 생각해 봤다. 나이 든 어른이고 그때쯤에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고 근사한 내 집을 가지고 남편이 주는 경제적 자유와 가정을 예쁘게 만들고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 나이였던 것 같다.


근데, 살아보니 그렇게 살기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9년쯤인가?? 집값이 한창 올라갈 때 부동산 사기 비슷하게 당해 그나마 있던 빌라도 넘어가서 반지하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장마철엔 바닥 누수로 인해 장판을 다 까집고 말린 후 신문지를 끼워놓고 이틀에 한 번씩 말렸다. 그동안 시멘트냄새를 어린 아기가 맡지 않게 유모차를 태워 동네 시장을 넋이 나간 여자처럼 돌아다니곤 했다... 그때 내 나이가 39살이었다..... 

그러다 일정치 않는 남편 일자리와 부족한 생활비등 충당을 위해 마흔에 회사를 구해 다녔다.

일정한 월급이 생기자 온통 물 바닥인 집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가 없어 남편에게 말해 오래된 아파트 월세로 이사했다... 이사할 때 돈이 없어 도배조차 하지 않고 들어갔지만 너무 행복했다. 낡은 집이라 수도관이 녹슬어 녹물이 줄줄 나오는 집이었지만, 우리에겐 세상 좋은 집이고 안락한 공간이었다. 물론 그 집에 계속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남편이 잠시 강원도에 일하러 갔을 때였는데 잠깐씩 집에 들를 때마다 내가 반갑게 안 맞아준다고 남편 대접을 못 받는 거 같다며 아이들 클 때까지 졸혼하자는 것이다... 이건... 뭐... 본인 힘든 건 알겠지만, 난 회사 다니면서 어린아이 둘을 케어하고 있었고, 거기가 한창 몸이 안 좋아서 골골대던 때였다... 휴...

그래 한 번만 참자... 자존심 내팽개치고 미안하다고 잘하겠다고 말한 후 사태가 일단락됐다.... 시간이 지난 후에 남편은 자기가 왜 그랬지 하며 멋쩍어했지만 난 한번 더 그러면 그냥 이혼하자고 큰소리쳤다!!!ㅋㅋ

이렇게 마흔이란 시간을 지나 마흔 후반에 나이가 됐다. 


나에게 오히려 마흔이란 시간들은 그 어떤 나이 때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시절이었다.

어릴 때의 내가 상상도 못 할 사건의 연속이었고,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고단한 시간이었다... 

강사님 말씀 중에 백세시대라 가정하에 마흔이면 아직 12시도 안 되는 나이라고 한다.. 늦게 일어나면 이제 시작할 나이이고 시작했어도 이제 힘을 쓸 나이라는 것이다. 

그럼 오십을 바라보는 내 나이는 12시라는 건데, 점심시간이네?? 잠시 여유 부릴 나이인가??^^ 

여유 부리기엔 너무 이뤄놓은 게 없어서 쉴 수도 없을 것 같다. 아직 내 집도 없고, 차도 오래된 경차에 그나마 조금씩 모아놓은 자금도 주식이랑 코인에 적당히 뿌려서 먼지가 되어 정리했다. 

이렇게 썰을 풀어놓으니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난 여태껏 굴곡진 인생에 참담한 삶을 살아온 낙오자 같은 모습이다.

근데, 지금 내 모습은 마흔에 들어온 회사를 나름 인정받으며 아직도 다니고 아이들은 비록 공부엔 관심 없지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만큼 컸다. 예전에는 주 5일을 밖으로 돌아다니며 놀던 남편은 이젠 속세를 끊었다며 퇴근하고 바로 들어온다... 이게 요즘 힘들다...

그렇게 일찍 오라고 하던 때는 돌아다니더구먼 애들 다 크고 손이 덜 가니까 이제 집에 들어오냐고... 다시 속세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중이다...... 외박을 해도 뭐라 안 할 테니 다시 돌아가줘라!!!!!!!!     


오십..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지만 그래도 오십은 12시라는데 열심히 살아야겠지.  나이가 있어 언제 잘릴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다니고 그 후의 삶을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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