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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Sep 22. 2023

이해관계의 충돌

난 호구가 아니야!!

내가 혼자 무인도에서 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가지고 사람들끼리 부딪히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가 더 줬으니 날 더 위해 줘야 한다 또는 알아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논리를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만 봐도 그렇다.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더 챙겨주고 배려해 줬어도 매번 상대방이 반응이 없거나 알아주지 않으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실망하고 화가 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정말 뭘 바라고 해 준 건 아닌데.. 왜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건 분명 순수한 배려는 아닐 텐데 말이다. 내가 너무 속물 같다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친정엄마 생신 때는 정말 이것저것 신경 써서 식사며 용돈이며 챙기고 난 딸이라고 그다지 사랑을 받으며 살아본 적은 없지만, 자식 된 도리로 잡일이며 여러 가지 일들은 해 줬는데도, 정작 내 생일에 만났지만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도 수십 년째 못 듣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 한 번은 서운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뭐 내가 부모님한테 뭘 바라고 여태껏 챙겨 드린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나이가 드니 갑자기 서운함이 울컥 들었었나 보다...

그 불똥은 또 남동생네로 향했다. 우리 부부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남동생 부부가 안타까워 이유 없어도 이유를 만들어 올케한테 용돈을 보내주거나 생일에도 매번 카카오톡 선물 보내주고 핑계를 만들어서 먹고 싶은 음식도 시켜주기도 하고 결혼기념일도 근사한 곳에서 먹으라고 용돈도 주고 암튼 누나로서 막냇동생과 착한 올케를 챙겨주는 게 이유 있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행복했음 하는 바람이었으니까... 

근데 이것도 몇 년을 계속하다 보니 당연한 느낌을 받은 거 나만의 생각인지 내 생일에는 문자도 없이 넘어가는 게 좀 화가 났다.

아무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갱년기가 온 건 아니었나 싶다.... 그때 공황장애도 있었고 우울증도 있었던 시기였으니까.. 

암튼 난 부모님이든 동생이든 다 챙겼는데... 정작 내 생일에 문자 한 통 없는 게 어찌나 서럽던지... 나보다 생일이 며칠 빠른 남편은 주위에서 치킨쿠폰이라도 챙겨주더구먼 난 아무것도 없는 게 너무너무 서럽고 비참했다.... 

난 왜 퍼주기만 하고 대접을 못 받고 살까?? 내가 호구인가?? 하는 생각에 몇 날 며칠을 울었던 거 같다.....

정말 갱년 기였나 보다... 감정기복이 심했으니....

남편과 아이들이 위로를 했지만 그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산거 같은 느낌

바보 같다는 생각...

근데... 난 그들에게 해 줄 때 무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해 줬던 것인데 왜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 이해관계를 철저히 따르는 사람인가? 한 개를 주면 한 개를 받아야 속이 편한가?? 

또 그건 아니다... 내가 열 번을 줘도 그저 당연한 게 아닌 표현 한마디가 그저 그리웠던 것 같다. 

난 호구가 아니라는 증거니까......     


회사에서도 밑에 직원의 눈치를 살피고 필요한걸 미리 챙겨 놓고 힘들지 않게 노력해도 직원은 모르는지 일을 시키면 인상부터 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화가 난다...

화가 나도 티를 낼 수도 없는 게 혹시 상처받을까 봐 그런 건데... 

정작 난 이미 상처를 받고 있었다.. 

나도 하는 만큼 주고 싶고 또 받고 싶다. 이게 우리 사회에서 생각하는 이해관계가 아닐까?

난 왜 바보같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당당하고 강하게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남편이 이런 날 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밖에선 강하게 하지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강하게 해!!!!’

그렇다 남편한테는 당당히 주고받는다!! 이제 안 주면 화낸다!!     

내가 자존감이 약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내 성격이 화병을 만들어서 문제다..

너무 배려한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퍼 준다고 고마워하는 것도 아닌데, 난 해주면서 그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부터 바꿔야겠다.

그냥 속 편하게 해 주지 말고 어차피 이해관계 속에서 할 도리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게 내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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