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인데, 나무로 만든 게 아니라네

종이도 충분히 친환경적으로 변할 수 있다.

by 다인

지리 데이. 아마 우리 학교에만 있을 특별한 데이다. 매달 21일 (21이라는 숫자가 ‘지’ 또는 ‘리’로 보인다 해서 만들어진 귀여운 날이다.) 특별한 행사 같은 것을 한다. 올해 4월 처음 만들어진 행사인데, 첫 항사 활동은 지리 용어를 포함한 4 행시 짓기였다. 우리 학교 이름으로 4 행시를 짓는 거였고 평소 이런 학교 활동에 관심이 있던 나는 그날 바로 참여를 완료했다.


다음날 한국지리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우리에게 지리 데이 활동 홍보를 했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이 참여해달라는 선생님을 보며 애들은 이미 참여했다고 화답했다. 그중 한 친구가 몇 명 뽑냐고 물어보니 선생님은 7명 정도 뽑을 거라고 답했다. 솔직히 그 7명 안에 내가 들어있을까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7명 안에 들었다. 정말로 뽑힌 것이다.


월요일이었다. 참여기간이 끝나고, 참여한 모든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길래 교무실로 향했다. 선생님은 나를 보더니 바나나우유와 다양한 젤리가 들어있는 봉지를 주시고는 말했다. “ㅇㅇ이는 7명 안에 들었거든? 그러니까 여기 이 공책도 가져가면 돼.” 네? 제가요? 나는 신나서 한번 더 되물었고 선생님은 시적으로 참 잘 썼다고 칭찬해주셨다. 공책을 한지 모양으로 된 투박한 색의 공책이었는데 선생님은 이 공책이 다름 아닌


“코끼리 똥으로 만든 공책이야.”

네? 내가 쳐다보자 선생님은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정무역상품의 대표적인 물건이 바로 이 코끼리 똥 공책이라고 말씀하셨다. 더 묻고 싶었지만 상품을 받으러 온 다른 친구들이 몰려와 나는 감사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좀 부끄럽지만 나와서 가장 먼저 해본 행동은 공책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었다. 아 물론 ‘그’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그냥 일반 한지 공책이라 해도 믿을만한 물건이었다.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이미 전부터 살짝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공정하고 건강한 무역이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든 제도다. 보통 노동자들은 돈도 몇 푼 받지 못한 채 물건을 만들며 일을 하는데, 공정무역은 바로 이런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공책도 가격이 9000원이나 한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만큼 우리는 공정무역상품 소비를 지향해야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특히 이렇게 코끼리 똥으로 만든 공책은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니 일석이조 같다.


이 공책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설명을 추가해보자면, 스리랑카에서는 예전부터 농작물을 해치는 코끼리의 똥이 골칫덩어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끼리를 내쫓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코끼리 똥에 섬유질이 많아 종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말리고 끓이고 거르는 작업을 통해 코끼리 똥 종이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농작물을 해치던 코끼리의 똥은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으로 바뀌게 되었다.


친환경. 공정사회. 아마 오늘날 가장 중요한 단어들 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책임져야 되는 것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자. 지구는 투명하게 변하고 사회는 공정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미래는 밝아진다.


행동은 말보다 그 소리가 크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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