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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 Oct 07. 2022

덴마크의 브랜드가 전하는 클래식과 테일러링

Sunflower Copenhagen

01 ┃ Sunflower Copenhagen


2019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혜성처럼 등장한 Sunflower. 그들은 새로운 트렌드에만 집착하는 업계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패션의 소모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한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도 조금씩 주목받고 있는데요.


  Sunflower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에 주목하며, 테일러링과 크래프트맨십에서 가치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Acne studios, Our legacy, Sefr와 함께 거론되는 브랜드로 성장했죠.  그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란 무엇일까요? 




02 ┃ 레이블의 문화적 모티프


Sunflower의 스타일 코드


이 레이블의 피스들을 보면 왠지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저 무난하다기보다는 어딘가 익숙하다는 말이 딱 맞겠네요. Sunflower는 우리나라 70-80년대, 유럽의 60-80년대에 유행했던 아웃핏을 아주 세련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60년대 영국에서 태동한, Mod족의 패션과 유사한 스타일입니다.


서브컬처: 문화의 탈근대화를 이끈 젊은이들


현대의 서브컬처 패션은 일반적인 남성 복식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힙합퍼들은 바지를 과할 정도로 내려 입고, 일본의 시티 보이들은 자신의 사이즈보다 두세 사이즈는 큰 옷을 선호하지요. 하지만 1900년대 중후반 영국의 상황은 이와 달랐습니다. 서브컬처를 이끈 청년들은 기득권층의 복식을 받아들였지만, 자신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진화시켰습니다.


50년대 테디 보이들은 에드워드 시대(1901~1919)로부터 수트를 물려받았습니다. 기득권층의 상징이었던 수트는 더 이상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테디 보이, 테디 걸들은 형편에 썩 어울리지 않는 테일러드 수트를 장만했으며, 그들의 수트를 굉장히나 아꼈습니다. 수트를 보호하기 위해서 값싼 밀리터리 점퍼를 걸쳐야 했던 게 그들의 상징이 되었죠. 


1950년대 테디보이와 테디걸


테디 보이부터 모드까지.


50년대에 테디 보이, 걸들이 있었다면 60년대 서브컬처에는 Mods와 Rockers가 있었습니다. Mods 또한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수트를 즐겼습니다. 그들은 현대 패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서브컬처 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Mods는 영국에서 시발한 서브컬처로, 그 이름은 모던 재즈의 팬을 의미하는 Modernist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들은 현대적인 문화 감각을 추구했던 청년들이죠. Mods는 젊은 노동자 계층임에도 문화적인 관심과 수용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패션 또한 그들에게는 중요한 주제였어요.


탐미주의, 문화적 유희, 환락과 퇴폐로 점철된 Mods의 스타일은 저항적이며 키치했습니다. 저임금 노동으로 번 돈은 값비싼 테일러드 수트를 사는 데 쓰였습니다. 그들의 수트는 클래식 브리티시 수트와 달랐습니다. 클래식 브리티시 수트는 직선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반면, Mods의 수트는 섹시했죠. 이탈리안 수트의 영향을 받아 재킷의 곡선미가 살고, 트라우저 기장이 짧아진 수트입니다. 


이는 당대 최고의 밴드 THE ROLLING STONES, 혹은 THE BEATLES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차례대로 The rolling Stones, Mods족의 패션




03 ┃ Sunflower : The new Mods 


Mods는 수트뿐만 아니라, 함께 매치하는 아이템으로 그들의 독특함을 배가시켰습니다. 그들은 수트 팬츠를 스트레이트 팁이나 옥스퍼드가 아닌, 쿠반 부츠와 즐겨 매치했습니다. 재킷 역시 3 버튼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요. 또 가죽이나 밀리터리 아우터를 활용하는 믹스매치는 스타일에 키치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실용성은 덤이었지요.


Sunflower는 Mods가 가지고 있던 클래식, 실용성, 키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 때로는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때로는 펑크나 히피처럼 키치한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트라우저와 이너, 재킷이라는 남성 복식의 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죠. 



클래식이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키치와 미니멀의 무게를 조절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가령 20SS 'Neon Country' 쇼에서 네온 컬러 트라우저를 통해 키치와 펑크를 부각했다면, 22SS 'Park Life' 쇼에서는 주로 무채색을 이용해 도시적 미니멀함을 보여준 바가 있죠. 


부담스러운 구석을 줄이면서도, 스타일에 세련된 '한 끗'을 불어넣고 싶은 독자들에게 Sunflower를 추천합니다. 



22AW Sunflower, 8th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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