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재조립, 우리가 관계를 맺는 방법, Yoke의 지향점
패션과 다른 예술 장르의 가장 큰 차이는, 삶과 밀접해 있는 정도일 겁니다. 옷에 대해서는 고고한 지식 없이도 취향에 대해 논할 수 있죠. 그리고 착용자는 매일, 직접 그것을 경험할 수 있기에 그에게 훌륭한 옷이 곧 정답이 되는 셈. '모두가' '매일' 경험하는 예술인 것입니다.
하지만 옷은 예술품이기 이전에 실용품입니다. 그리고 시장의 주도권은 으레 구매자에게 쏠려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브랜드는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일종의 타협을 하게 됩니다. 모든 브랜드에게 쿠튀르가 열려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예술성의 가치가 사라져 가는 의류 시장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훌륭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각과 취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2010년대 이후 신생한 일본의 몇 브랜드는 자신들만의 예술적 세계관을 과감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술성과 상업성(혹은 실용성)을 모두 잡은 레이블들입니다. 가격만 빼면 말이죠...! 확고한 철학과 최상급 소재,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의 결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브랜드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오랫동안 소중히 대해줄 소비자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오늘 소개할 브랜드 Yoke Tokyo도 이런 브랜드들 중 하나입니다.
Yoke Tokyo는 2018년 가을 첫 시즌을 선보입니다. YOKE는 ‘정’, ‘연결’ 따위를 의미하며, 물건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말합니다. 이런 철학은 고스란히 그들의 영감이 되지요.
패브릭이 완성된 제품으로 변모하는 공정, 또 그것이 착용자에게까지 전달되는 과정은 그들에게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들에게는 퀄리티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YOKE의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넉넉한 실루엣과 따뜻한 톤을 갖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옷을 여성복, 혹은 남성복으로 구별 짓지 않으려는 시도의 결과입니다. 또 Yoke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패브릭들을 한 아이템에서 자주 보여줍니다.
Yoke는 파편화된 개별적 존재들을 이으려는 '인간적인' 시도들을 계속해 나갑니다.
20ss ‘3 WAY COAT’는 YOKE의 지향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옷이 아닌가 싶습니다. 3 WAY COAT는 말 그대로 3가지 방법으로 입을 수 있죠: 드리즐러 재킷, 랩 스커트, 그리고 트렌치코트. 재킷의 허릿단은 스커트와 연결되고, 트렌치코트가 되는 창의적인 옷입니다.
남편은 재킷, 와이프는 스커트. 이런 식으로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입으면 묘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고, 통일감을 줄 수도 있죠.(둘 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싶어 다투지만 않는다면…!)
YOKE는 이렇게 인간적 본질을 완성하기 위해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것에 능합니다.
22FW 컬렉션 피스와 스타일링은, 본격적으로 도쿄 패션 위크에서 선보이게 된 만큼 신선했습니다. 20세기 추상 예술가들로부터 받은 영감은 YOKE 특유의 따뜻한 색감으로 담겼습니다. 그린, 옐로, 레드 컬러로 표현된 가을 겨울 컬렉션은 대담하고 인상적이었죠.
추상적인 프린트나 모티프 외에도, 같은 색감의 다른 패브릭 사용이 돋보입니다. 가령 울 트렌치코트에 덧대어진 나일론은 트렌치코트를 훨씬 캐주얼하게 변모시켰죠. 스타일링 또한 상당히 창의적인 구석이 있는데, 코트 위에 니트를 두른 스타일은 브랜드 초기부터 유지해온 것이지만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브랜드 4년 차, 첫 패션위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완성도를 보여준 22FW쇼. 연결, 온정이라는 가치를 향해 YOKE가 나아갈 길이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직접 입어본 Yoke Tokyo의 레이어드 트렌치 코트 착용샷을 남기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