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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7. 2023
일요일의 못생긴 팬케이크
요리가 싫은 주부의 아침
나에게는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어렵기만 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육아, 절약하기, 글쓰기 그리고 요리다. 모두 머리로는 바르게 입력되지만 손으로 출력될 때 엉망인 경우가 많은데 특히 요리가 그렇다.
제대로 된 요리 한 번 하려면 먼저 요리유튜브를 두세 번은 보며 재료체크와 조리법을 익힌다. 그리곤 가스레인지 옆쪽에 휴대폰을 세워놓고 또다시 틀어놓은 영상을 멈췄다 재생했다를 반복하며 겨우 요리를 해 완성시킨다. 간단한 요리여도 나에겐 힘겨운 과정이다. 사실 요리 생김새까지도 엉망이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해 맛은 괜찮아도 먹음직스럽지 않아 보일 때가 많은데 그래도 가족들은 최고라고 해준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계란 두 알을 깨트려 휘핑기로 풀어주고 우유와 팬케이크 가루를 섞었다. 매주 일요일이 되면 아이들은 팬케이크를 해달라고 하곤 한다. 나는 그마저도 힘든 요리라고 매번 "다음 주에 해 줄게!"라고 미룬 지 벌써 몇 달 째였다. 팬케이크는 몇 번 만들어봐서 어렵지 않은 요리인데. 어쩐지 이번엔 미안한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반죽을 만들고 프라이팬을 꺼냈다.
프라이팬 위에서 동그란 듯 울퉁불퉁한 팬케이크가 익어간다. 달큼한 냄새에 아이들은 어디서 팬케이크 냄새가 난다고 웃다가 "팬케이크 해줄게 기다려!"라는 나의 말에 소리까지 지르며 방방 뛴다. 진작 해줄걸 그랬다.
팬케이크 반죽에서 기포가 뽀글거리며 아랫면이 구워진다. 퐁퐁 터지는 공기방울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아침 한 끼 잘 해결한다는 마음인지, 아이들이 좋아해 줘서인지, 아니면 일요일 아침을 달콤한 맛과 냄새로 시작한다는 게 좋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납작했던 반죽이 조금 부풀어 오르며 내 마음도 부풀어 올랐건만. 첫 번째 구워진 팬케이크들의 색깔이 하얗다. 팬케이크란 갈색의 멋진 색을 맛있게 뽐내는 음식이 아니었던가. 허여멀건한 팬케이크라도 맛있다며 게눈 감추듯 먹어주는 아이들이라 참 다행이다. 두 번째 판은 그나마 잘 구워졌다. 조금 울퉁불퉁하긴 해도 먹는데 모양은 상관이 없다. 맛있으면 그만.
팬케이크도 나에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요리라 고거 만들고 힘들어 주저앉았다. 나의 팬케이크를 10분 만에 먹어버린 아이들은 'TV동물농장'을 봐야 한다며 거실로 휙 가버렸다.
들인 시간에 비해 한순간에 먹게 되는 요리가 나는 항상 어렵고 아쉽다. 요리를 안 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할 바엔 무슨 요리를 해야 하나 생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당장 점심때 무엇을 해 먹어야 하나'하다가 '요리하기 싫다!'하고 먹구름이 잔뜩 낀 머릿속이 되어 버린다.
고민은 싫으니 다음 주 일요일에도 팬케이크를 구워야겠다. 남은 팬케이크가루로 한번 더 도전이다. 수플레 팬케이크는 못 만들어도 동그랗고 도톰한 팬케이크를 만들어 봐야겠다.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표정과 웃음을 얹어 꼭 예쁘게 만들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