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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Nov 13. 2023

엄마가 일은 안 하잖아?


돈에 대해 한창 궁금한 나이.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궁금한 게 참 많다. 

자기가 쓰는 돈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아빠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버는지, 또 얼마나 버는지. 끊이지 않는 질문에 난 또 열심히 대답을 해줬다. 용돈을 받기 시작해서 궁금한 게 많은 건지 기특하기도 하고 이제 경제관념이 생기겠군 하며 내심 뿌듯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근데 엄마가 일은 안 하잖아?"


응?? 

질문이 어찌나 내 마음을 후벼 파던지. 그전에 있던 대화 내용이 뭐였는지 한순간에 잊어버리고 아들이 내뱉는 한 문장에 서운하고 또 서럽기까지 했다.



"야. 엄마가 집에서 빨래하지 청소하지 요리하지 설거지하지 쓰레기도 다 버리지. 엄마가 집에서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데 무슨 일을 안 한다고 그래?"


"아이, 돈을 버는 건 아니잖아~"


섭섭했지만 티 내지 않고 웃으면서 말하니 한번 더 내 마음을 때리는구나. '일 하는 사람 = 돈 버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고 있던 아이일 뿐인데, 그리고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아이와 또다시 대화를 나누며 엄마도 가족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게 버겁고 힘겨웠던 적이 있었다. 그땐 매 순간이 그렇게도 억울하고 또 서럽던지. 마치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서 슬픔에 잠겨 나올 수 없었던 날들이었다. 

지금은 잘 커가는 아이들과 언제나 다정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마음이 건강해지면서 생각하는 것도 건강해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주부로 열심히 살아가는 나도 꽤 괜찮아 보인다. 




"엄마! 엄마는 작가잖아."

"응?? 아니야. 그냥 인터넷에 어디에서만 작가라고 불러주는 거지. 진짜 작가는 아니야. 책을 쓰지도 않았고 돈 버는 것도 아니잖아."


"에이. 어쨌든. 작가는 작가지."


얘가.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이번엔 글 쓰는 것에 뜸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나에게 툭툭 말을 내뱉는 아이 때문에 마음에 스크래치가 날 때도 많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런 나의 전부가 작가라고 불러주니 괜스레 멋쩍어지는 순간이었다.

집안일과 육아 외에도 분명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아이의 말대로 브런치 안에서만 이어도 작가는 작가고, 그러니 언제나 집안일을 하는 것처럼 언제나 글을 써야겠다. 


(아들, 엄마가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바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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