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란 신비다.
우리의 존재. 무에서 유가 나왔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 신비!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는 손가락으로부터 느껴지는 자극,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모니터에 나타는 글자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들, 혀끝에 남아있는 수박의 맛...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도 진짜 같다. 그러나 이 삶이 진짜일 가능성은 없다.
그저 텅 비어있는 이 삶에 나는 왜 그렇게 스스로를 얽매어왔을까. 게임처럼 가볍게 즐기면 될 이 삶을 왜 고통으로 여겼을까. 이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니라면 그저 한바탕 노래하고 춤추고 놀면 그만인 것을!
삶이 어떤 '본질'로 나를 이끈다. 수년간 덧댄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나'가 되라고 재촉한다. 나는 그간의 삶을 너무나도 진짜인 것으로, 그래서 너무나도 무거운 것으로 인식했다. 삶은 고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삶은 고통이라는 명제는 나에게 너무나도 진실처럼 여겨져 삶을 소풍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대게 불행했고, 가끔 행복했다. 삶에는 희로애락이 극명하여 이 모든 감정들을 느끼면서 사는 건 그저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이 모든 것들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내가 나의 마음으로 지어내는 상에 불과하다. 난 '나'가 아닌 모습들로 삶을 꾸역꾸역 살아냈다. 이제는 '나'가 되고 싶다.
영혼과 마음의 일치! 세 권의 시리즈로 열심히 내달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의 영혼을 얼마나 등한시했는가. 마음에 치우쳐 균형을 잃은 삶이 한 동안 일렁이는 파도 위 난파선처럼 위태로웠다. 사업, 결혼 등 겉보기에 중요한 모든 것들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지만 나의 삶은 고통 속이었다. 왜 행복할 수 없는 것인가 수없이 고민하다가 결국엔 삶이 고통이라는 명제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제는 내가 그동안 그토록 불행했던 이유를 알겠다. 그간 영혼의 울부짖음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내 삶을 살아낸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솔직히 진정한 '나'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의 모습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정말이지, 궁금하다. 이 삶 가운데 신명 나게 춤추듯 할 수 있는 나의 것이 무엇일까? 어쨌든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내가 명료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나의 영혼은 결코 억압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다. 조만간 반드시 어떠한 변화가 내게 생기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