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물과마당이있는집
Nov 29. 2024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알파예요.
낮에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자 엄마는 저를 데리고 집 밖으로 산책을 나가셨어요.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라는 걸 제 입에 단단히 씌워서요.
저는요, 바깥에 나가서 엄마 손 잡고 아장아장 걸을 때 정말로 행복해요.
그저께는 잔디밭에서 땅을 쪼는 비둘기 한 쌍, 2인승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지나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봄바람에 흔들리는 장송 나뭇가지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형과 누나들, 그리고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많이 봤어요. 참, 신호등도 봤고요! 모든 게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하하.
글쎄, 어제는 혼자서 곤지곤지 연습을 하다가 엄마에게 들켰지 뭐예요. 에이, 쑥스러워라. 사실, 서너 달 전부터 하루에도 열 번 이상은 보고 들어서 아주아주 지겨웠거든요.
하지만 막상 제가 손을 움직여 보려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어요. 처음엔 죔죔과 짝짜꿍을 익혔어요. 제가 조그마한 손으로 죔죔과 살짝궁 손뼉을 치니까 엄마아빠가 얼마나 기뻐하셨다고요.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환하게 웃으면 저도 덩달아 웃음이 나와요. 다음엔 도리도리를 할 줄 알게 되었지요.
그다음엔 검지로 사운드북 버튼 누르기를 무한연습을 통해 배웠고요. 이제는 디제이가 되었어요. 혼자서 동요를 틀어서 실컷 들을 수 있고 엄마와 가족에게도 틀어줄 수 있어요.
제 손가락에 힘이 실리기 시작해서 이제는 스위치도 눌러서 방마다 직접 불을 켜겠다고 떼를 쓴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검지 손가락으로 다른 편 손바닥에 곤지곤지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때는 뛸 듯이 기뻤어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서 혼자서만 느낀 기쁨이었지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