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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마당이있는집
Dec 02. 2024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동해예요.
이년 전, 산수유 꽃이 곱게 피던 날, 우리 가족은 코로나19 양성 확진자로 한 열흘 동안 집콕을 했어요. 온 가족이 고열, 콧물, 구토, 두통으로 힘들어 다들 침대에 누워 조용하게 지냈답니다.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우리를 강원도 양양 바닷가로 데리고 가셨어요.
카시트에 앉아 가족끼리 장거리 여행을 가기는 처음이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차들도 많이 보고, 개방감을 느껴서 제 기분이 나비처럼 팔랑팔랑 거리는 거 같았지요.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가며 보이는 이중 삼중 겹친 능선의 곡선도 매우 아름다웠어요. 무수히 많은 터널 속 빛 세상도 다양하게 구경했고, 처음 보는 초록빛 바다도 신비로웠어요. 귓가에서 찰싹,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는 마치 마라카스 같이 리듬감이 있어 운치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고운 모래를 손으로 퍼서 입 안에 넣으려고 할 때마다 엄마, 형들이 '안돼!!' 소리를 질러, 백 번쯤은 들었어요. 히히.
가족들은 해초, 삿갓조개, 까맣고 귀여운 새끼 게 세 마리, 작은 성게 한 마리를 제 앞에 놓인 투명 플라스틱 사각통 속에 넣어 주며 구경하라고 했어요.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엄마는 데려왔던 애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주며 '안녕!!' 하고 인사하라고 제게 시키셨어요. 전 그런 엄마가 참 좋아요. 옆으로 기어가는 새끼 게를 제가 손가락으로 잡았다가 꽉 물려서 우리는 잠시 깜짝 놀랐었어요. 휴우.
하얀 모래사장과 초록빛 바다, 하얀 파도를 실컷 본 후에 집으로 돌아오려고 엄마가 저를 뒷좌석 카시트에 앉히셨어요. 제가 힘껏 저항하며 소리를 내지르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 지점에서부터 너무나 졸리고 차 안이 답답해서 저는 죽는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마구마구 울었더니 보다 못한 엄마는 카시트에서 저를 꺼내 안아주셨어요. 저는 엄마의 품이 포근해서 스르르 눈이 감겨 이내 잠이 들었고요.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한숨 푹 잤지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바로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우리들이 들어가 놀게 하시고 목욕을 시켜주셨어요.
아~~~, 좋아라.
저는 얼마나 우리 집이 편안하고 좋은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