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첫걸음마 그 이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휘청이예요. 한 이삼일 동안 감기로 고열이 나서 아팠어요. 지금은 다리에 힘이 없어서 휘청거리고 있어요. 히힝.
저는요, 이 주 전에 첫걸음마를 떼고 일 주간은 아장아장 뒤뚱뒤뚱 거실과 방, 부엌을 신나서 휘젓고 다녔답니다. 엄마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힘으로 걸으니 참 좋았거든요.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자유롭게 갈 수 있어서요. 완전 신세계였어요. 걸으면서 행복했어요.
그런데 지난주 한 주간에는 통통한 제 두 다리가 기름 친 기계처럼 잘 움직여서 마구 걸어 다니다가 여러 번 얼굴을 바닥에 찧었어요. 한 번은 우리 엄마가 바로 옆에 서 계시는데요, 제가 걷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벌렁 넘어져서 맨 마룻바닥에 머리 뒤통수를 꽈당하고 찧었어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아픈 건 고사하고 너무나 놀라서 저는 앙앙 울음을 터뜨렸어요. 엄마도 많이 놀라셨어요. 엄마 품에 안겨 있었지만 세상 사는 게 너무 힘들 게 느껴지고 한없이 외로움을 느꼈어요. 슬픈 일이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심지어 제가 제일 사랑하는 엄마까지도, 저를 완전히 보호하고 도와줄 수 없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때로는 제가 홀로 제 인생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되었어요. 진짜예요.
첫걸음마, 그리고 그 후 두세 걸음을 떼기가 최고로 힘든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0에서 1을 만들어내기가 제일 힘들다잖아요.) 한 발을 떼어 제 온몸의 체중을 앞으로 움직이는 건 진짜 용기와 자기 신뢰가 엄청 필요했거든요. 걸음마를 무한연습 하다보니 저의 뇌와 모든 지체들이 협력하여야 잘 걸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가 기어만 다니다가 걸을 수 있게 되니까 지쳐 있던 엄마 아빠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웃음꽃이 피어났어요. 걸음마 하는 걸 보시고 엄마와 아빠가 기뻐하시니 저도 힘이 나서 발이 앞으로 더 잘 나갔어요. 걸음은 뇌가 즐거우면 더 잘 걷게 되나 봐요. 점점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변했지요. 저도 웃음이 나왔어요. 제 자신이 뿌듯해서요.
하지만 이번에 그 자신감이 감기로 인해 두려움에게 삼켜져 버렸어요. 그래서 다시 엄마 손을 꼭 잡고 휘청이며 걷고 있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