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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레일 힐링 Oct 22. 2024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엄마 없이 살 수 있을까

솔의 시선 ; 헤어짐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혼을 한다고? 우리 집안에는 이혼이라고는 없었다. 하늘이를 생각하라고, 그냥 다 그러고 사니까 그냥 참고 살아. 이서방이 뭘 그렇게 잘 못했다 그러니? 너는 정말 너밖에 모르는 애구나."


30대 초반, 결혼 5년 차, 솔은 이혼을 결심한다. 이유는 혼자이고 싶었다. 그녀는 오롯이 혼자이고 싶었다. 사랑하는 아이와 헤어지는 것이 가슴을 헤집어 놓았지만, 그녀는 혼자이고 싶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둘러싼 벽이 너무 높아 해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안에서 아이와 함께 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두드려 부술 수 없는 그 벽은 너무도 깊어 우물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이 벽을 부숴버리려면, 오롯이 혼자여야 했다. 깜깜한 우물 속에 갇혀있지만, 희미하게 머리 위에서 빛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빛을 따라가기로 했다.


"오빠, 나 혼자 이제 살아가야 하는데, 내 편이 아무도 없어." 흐느끼는 솔을 세희는 웃기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안아준다.


"내 울타리가 크긴 하지만, 너를 담아두기에는 너무 좁다. 훨훨 날아가. 그러려면,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야지." 


세희도 솔도 딱히 서로 감정이 나빠 이혼을 결심했다기보다는 그 둘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세희와 솔은 오랜 시간 한 동네에 살며, 친남매처럼 지냈다. 그래서 서로가 너무 익숙하고 편안했다. 솔이 날개를 다는 지점부터 그 둘은 점점 멀어졌다. 이제야 둘은 서로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내가 정말 아이 없이 너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31번째 생일, 어느 겨울날 그녀는 익숙한 곳을 뒤로한 채, 가방 하나와 책 몇 권을 들고, 그녀만의 세상으로 걸어 나간다.



하늘이의 시선 ; 벼락, 그 이후


"솔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엄마는 어디 갔을까? 3살이 된 하늘이는 매일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어느 날부터 엄마는 오지 않는다. 따뜻하게 안아주던 매일 하늘에게 웃음 지어주던 솔이 엄마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하늘이는 엄마의 이름을 꼭 불렀다. "엄마"라고 부르기보다는 "솔이 엄마"라고 불렀다. 하늘이는 엄마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꼭 그렇게 불렀다. 


"보고 싶으면 빨리 보러 왔어야지!"


하늘이는 엄마를 기다렸다. 오늘은 엄마를 보는 날이다. 엄마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솔이엄마에게 안긴다. 하늘이는 솔이엄마와 버스를 타는 것이 좋았다. 엄마와 매일밤, 세탁기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하늘이는 솔이 엄마와 손을 잡고 케이크를 고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하늘이가 먹은 식판을 하늘이 스스로 설거지하는 것이 좋았다. 그 모습을 웃으며 지켜봐 주는 솔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그런데 이제 엄마와 살 수 없어서 그 좋은 것들을 할 수 없어서 아쉽다.


"엄마, 내가 아빠한테 엄마 우리 집에 오게 해달라고 이야기해 볼까?"


하늘이는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우리는 같이 살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엄마도 아빠도 사랑하는데...' 어른들의 세계를 하늘이는 이해할 수 없었고, 벼락을 맞은 것처럼 갑자기 모든 상황들이 바뀌어서 바람에 휩쓸리듯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어린이집에 찾아왔다.


"하늘이 엄마라고 하는데, 처음 본 여자분이 하늘이 엄마라고 해서 놀랬어요."


하늘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은 놀랬다. 하늘이의 엄마라고 했는데, 처음 본 아가씨가 하늘이의 엄마란다. 하늘이가 늘 말한 솔이 엄마는 아니었다. 하늘이도 당황했다. '가끔씩 보던 이모인데, 언제 엄마가 되었을까?' 하늘이는 궁금했지만, 그래도 매일 엄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이 눈에는 쓸쓸하던 아빠의 눈이 행복해 보여 안심이었다. 그렇다면, 하늘이도 솔이 엄마가 그리운 마음을 조금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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