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은 게임의 끝자락을 타고...>
벌써 30년 가까이 지났을까?
정확히는 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느 명절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오랜만에 사촌들이 한자리에 모였었다.
그중 한 명이 '플레이 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라며 소개하며 야심차게 꺼내 보이고서는 '바이오 하자드'라는 제목의 게임을 실행했더랬다.
그 순간을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화면 속 영상이 망막과 시신경을 따라 뇌리에 각인된 충격적인 비주얼.
3d 폴리곤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된 게임은, 당시 어렸던 나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듯했고, 거기다 공포게임이라는 콘셉트를 달고 나왔던 '바이오 하자드'는 게임이라는 장르가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격렬한 문화충격을 안겨주며, 지금까지도 나에게 이런 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그 시절 '플레이 스테이션 1' 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성능을 가진 게임기도 가지고 있고,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후속작을 발매하여, 이제는 거대한 세계관과 수많은 주인공들을 거느린 명실상부한 게임으로 발전하였지만, 바이오 하자드의 수많은 시리즈 중 여전히 내 마음속에 가장 선명히 남아 게임 라이프의 근저가 된 시리즈는 단연 1편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저 말이 무색하게 이 그림의 주인공은 1편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최근 새롭게 리메이크되어 발매한 '바이오 하자드 RE4'를 인상적으로 클리어한 후, 남겨진 여운의 끝자락을 허무하게 놓치지 않기 위해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지금은 더 이상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도,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게임의 여운을 동력 삼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나에게 주어진 축복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