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성형하고픈 임 과장 편.
박 대리의 피부 시술의 뛰어난 효과로 사무실 여직원들이 들썩인다. 그런 그들을 웃으며 바라보는 임 과장에게도 성형에 대한 오랜 꿈이 있다. 바로 가슴성형이 그것이다. 평범한 외모에 적당히 꾸미는 임 과장은 외모보다는 항상 납작한 가슴이 신경 쓰였다. 워낙 마른 몸이긴 하지만 아이들 태어나서 모유 수유 중에도 가슴크기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도 젖은 잘 나와서 완모 했다. 가슴크기와 젖의 양은 비례하지 않는다더니 딱 임 과장 얘기였다.
회사에서 매년 직원 건강검진을 한다. 임 과장이 가장 싫어하는 검진이 유방암 검사다. 유방암은 가슴을 그러모아 평대에 올려 있는 힘껏 납작하게 만든 후 사진을 촬영한다. 마치 그러모은 가슴을 A4처럼 얇게 만들겠다는 듯 평대에 올려진 가슴을 프레스기로 눌러버린다. 그 자체가 수치스럽기도 하지만 당최 그 평대에 올려둘 가슴이 없다. 그 없는 가슴을 프레스기로 누르고 눌러서 호떡을 만들어 사진을 찍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네 번을 찍는다. 실패하면 다시. 프레스기로 내리누를 때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아프다. 여자들이라면 다 안다. 끔찍한 유방암 검사과정.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도 받아봤고 직접 원하는 가슴 사이즈도 가슴에 대 보았다. 만약 하게 된다면 당연히 배우자 몰래 할 거다. 이런 건 배우자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 많이 아프다던데 조금 무섭기도 하다. 젊은 김대리, 박 대리처럼 얼굴 성형이면 마음껏 떠들고 병원도 알아보고 하겠는데 가슴성형이니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다. 다들 상상도 못 할 거다. 임 과장이 가슴성형을 꿈꾸고 있다니. 적당한 가슴선을 따라 흐르는 블라우스나 니트를 입은 여성들이 임 과장은 가장 부러웠다.
임 과장은 사실 본인에게 돈 쓰는 걸 그리 아까워하지 않는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짠돌이 배우자 덕에 스스로의 비상금은 많이 모아뒀고 그걸 이고 지고 갈 생각은 없다. 적당히 회사생활에 맞춰서 옷도 백화점에서 좋은 것으로 사고 헤어도 브랜드 미용실에서만 한다. 미용제품과 디자이너의 실력이 다르기 때문인데 비싼 제품은 확실히 두피가 따갑지 않아서 좋다. 맛있는 음식, 영화, 뮤지컬 관람 등 문화생활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개인적으로 꼭 한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연차를 내고 출근하듯 나와서 즐긴다. 임 과장은 이런 개인 시간이 참 좋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캠핑을 갔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해서 바쁘다.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배우자와는 여가를 같이 즐기기가 힘들다. 배우자는 그저 소파에 누워 티브이 보는 게 휴일의 낙이다. 그런 배우자의 취미도 존중한다. 그래서 억지로 휴일을 같이 보내려 하지 않는다. 물론 배우자는 임 과장이 혼자 이러고 다니는 걸 모른다. 모르는 게 약이다. 알면 놀랄 거다. 백만 년 만에 극장에 같이 영화 보러 가서 스타벅스 커피 한잔 사 마시는 것도 벌벌 떠는데 임 과장의 이런 이중생활(?)을 안다면 까무러칠 거다.
서로 이쁘다며 칭찬하는 사무실 여직원들을 보며 임 과장은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해야겠다. 가슴성형. 오랜 나의 버킷리스트.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배우자 몰래 집을 살 때처럼 중요한 결단 앞에서는 과감한 임 과장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