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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밀라 Jul 30. 2022

전세에 대기업 다니는 김대리 이야기 #31.

리플 투자자 하대리 편.

1100원…1150원…1200원… 덩달아 하대리 심장이 터져 나올 거 같다. 또 시작됐다. 리플의 미친 상승… 이건 곧 조만간 미친 하락이 있을 예정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땐 주문도 안 먹힌다. 어쩌지? 하대리 머릿속이 복잡하다. 


욕심을 내려놓기엔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고 욕심을 조금 더 내기엔 내려올 때 속도가 무섭다. 자이로드롭보다 더 빠른 급하강 속도.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하대리는 과감히 결심한다. 


2000원에 전량 매도 예약. 그리고 핸드폰 화면을 닫았다. 하지만 1분도 안돼서 다시 켰다. 세상에서 그 어떤 액션 영화가 코인 시세판보다 더 재미있을까. 이보다 더 재미나고 시간 잘 가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리플 1400원…1480원…1600원…아 너무 빠르다. 


순식간에 1900원이 됐다! 하대리는 2000원에 걸어둔 예약 매도를 취소하려고 급히 화면을 찾아 들어갔다. 취소하려는 순간. 전량 매도 체결. 


아… 눈앞이 노래졌다. 리플은 계속 오른다. 2100원, 2200원… 하대리의 마음과 무관하게 리플 가격은 미친 듯이 솟아 오른다. 하대리는 일단 화면을 열어 수익금액을 확인해본다. 


평단가 558.6원, 보유 수량 37,602 XRP, 투자금액 2100만 원 평가금액 7520만 원. 

비명을 지를 정도로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리플이 2500원을 향해간다. 이 기분은 뭐지? 내가 왜 이렇게 빨리 팔았을까. 


7500만 원의 잔고가 주는 기쁨보다 너무 일찍 팔아버린 아쉬움이 더 커서 공허하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리플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2400원, 2200원… 에이 그러다 말겠지… 가 아니다. 1900원, 1800원…1500원…. 너무 빠르다. 미친 속도의 하강이 시작됐다. 안 봐도 여기저기서 매도 버튼들을 누르고 있는 게 보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럴 땐 매도가 안된다. 코인 투자할 때 흔히 있는 일이다. 매도는커녕 현재가도 확인이 안 된다. 화면이 먹통이 됐다. 


정지된 화면을 보며 하대리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또 이 미친 놀음에 놀아나다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하대리는 잔고 7500만 원을 바라보며 그제야 크게 웃었다. 


7500만 원을 인출 신청한다. 그리고 이제 가상화폐 앱을 삭제했다. 땡큐 리플. 굿바이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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