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리의 결심
“박 대리. 결정을 해야 돼. 무작정 기다리느냐 아니면 얼마라도 건지고 나오느냐야. 난 어느 쪽도 권해줄 수 없어. 내가 박 대리가 아니기 때문이야. 본인이 선택해. 대출이자 감당하면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느냐, 아니면 도저히 못 참겠다 지금 당장 팔고 나오느냐, 혹은 조금 오르면 팔고 나오겠다 등 경우의 수는 몇 개 있어. 주식투자가 원래 그래. 그래서 어렵고. 그 큰돈을 덜컥 투자할 줄은 몰랐네. 박 대리가 그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알려주지도 않았을 거야. “
“네… 제 잘못인 거 알아요. 순간 조금 더 투자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쳤었나 봐 요. 죄송해요. 하대리님… 신경 쓰이게 해서요. “
“아냐. 나한테 미안할 건 없고… 이거 해결될 때까지 박 대리가 마음고생이 심하겠어. 그래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야. 미안하네.”
“아니에요. 하대리님이 미안하실 건 없어요… 다 제 욕심 탓일걸요. 혼자 좀 더 생각해 볼게요.”
“그래. 박 대리. 기운 내고. “
“네.”
하대리가 미팅룸에서 먼저 나갔다. 박 대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가져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에 매도할 수는 없었다. 물론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박 대리가 투자한 7천만 원 전부를 날리는 거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면 박 대리 신랑은 이혼하자고 할지도 모른다. 아니다. 혹시 딸 수현이를 봐서 기회를 한번 더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입장 바꿔서 나라면? 만약 신랑이 박 대리 몰래 주식투자를 해서 7천만 원을 날렸다고 한다면 용서할 수 있을까. 입는 거, 먹는 거 다 아껴서 살고 있는데 괜찮을까. 박 대리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박 대리 본인이라도 용서가 안 되겠다 싶다. 역시 신랑에게는 말하지 말아야겠다.
미팅룸을 나오며 박 대리는 마음을 굳혔다. 당분간 바이오 주식은 팔지 않기로. 엄마에게는 이리저리 좀 둘러대고 다행히 대출이자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두 달 뒤면 회사에서 인센티브도 나오는데 신랑이 모르는 돈이다. 이걸로 좀 더 버틸 수도 있을 거다. 박 대리는 이렇게 결정하자 조금 나아졌다. 어떻게 할지 갈팡질팡할 때는 한없이 복잡하게만 느껴졌는데 일단 매도
보류를 하고 나니 한결 편했다.
미팅룸에서 박 대리 얘기를 들은 하대리는 마음이 무거웠다. 본인도 그 주식으로 400만 원이나 손절하고 나왔는데 남 걱정을 하고 있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 대리 투자금액이 너무 커서 걱정이 됐다. 더군다나 햄버거 하나 먹을 때도 할인 쿠폰 없으면 안 먹는 박 대리 아닌가. 바로 손절하라고 하기엔 손해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그냥 두라고 하기에는 해당 주식에 대한 투심이 많이 사라져서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바이오 주식이라는 게 임상 시험의 연속이고 실패와 성공의 연속인데 앞날이 불투명했다. 최대한 손해를 줄여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