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전세 사는 김대리.
하대리는 이때 바이오 주식은 손절했지만, 그 후 김대리 신랑이 비트코인을 적립식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리플 코인으로 모든 손실을 만회하게 되었다. 손해는 볼 지언정 시장에서 떠나지 않는 하대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김대리는 매도한 비트코인으로 다른 무엇보다 자가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었다. 딩크족이라 향후에도 아이는 낳을 계획이 없지만 편안한 내 집은 필요하다는 걸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투자의 관점이 아니라 편안한 거주의 관점에서다. 다들 부동산으로 투자해서 큰돈 번다고 하지만 본인은 그 분야에서 공부도 부족하고 둘이 벌어 둘만 써서 그런지 큰 아쉬움은 없다. 집 산다고 아등바등 아끼며 사는 것보다는 솔직히 전세 살면서 분기별로 해외여행 가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는 게 더 좋았다.
물론 부동산으로 부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는 게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뭐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노력이라도 할 텐데 몇 억씩 오르는 건 아무리 대기업 다니는 부부라도 양가 도움 없이는 따라잡기 힘들었다. 김대리와 신랑은 둘 다 자수성가 스타일로 양가 부모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한 푼도 없다. 그럴 생각도 없지만.
그래서 신랑이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고 했을 때도 처음엔 다퉜지만 어차피 부동산 투자할 돈은 없으니 뭐라도 하는 게 낫겠지 싶어서 그냥 방관한 거였다. 사실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본인보다 결과가 더 좋지 않은가?
김대리는 이왕 자가 아파트를 살 거면 가진 돈에서 대출 없이 사고 싶었다. 실거주하기 좋고 투자 측면에서도 괜찮은 곳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부동산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디를 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매번 전세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집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김대리 신랑은 아파트는 김대리가 사고, 혹은 살고 싶은 곳으로 정하라고 했다. 그동안 비트코인 매수하는 거 반대 안 하고 여기까지 온 것에는 김대리의 도움도 크다고 하면서. 번 돈에서 딱 1억만 재투자할 수 있도록 떼어 달라고 해서 김대리는 알겠다고 했다. 나머지 돈은 아파트 사는데 다 쓰기로 했다. 물론 자축의 의미로 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다.
김대리는 곰곰이 생각했다. 부동산은 아무리 생각해도 임 과장님이 전문이었다. 임 과장님께 물어볼까? 그러자니 자신의 돈 출처를 밝혀야 할 거 같아서 꺼림칙했다. 어쩌지? 사내에서 하나둘 알기 시작하면 소문나는 거 금방이었다. 아, 마음 좋은 하대리님에게 먼저 물어볼까? 그래 하대리님에게 물어봐야겠다. 잘은 모르지만 언뜻 하대리님도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들었다. 항상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 가방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