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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May 23. 2022

영감노트

무기력에 불티가 되는 '영감'  나의 영감을 직접 찾는 습관

    내가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은 영감은 예술가들에게 '무엇인가'를 느끼게해주는 것이라고 거창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영감은 훨씬 일상적인 개념이다. 영감, 사전적 의미로는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다. 일상적인 영감은 생각보다 사소해서 흘려보내기 쉽다.

왠지 감성이 마음에 드는 '카페', 이유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음악' 부터 아주 맛있는 '음식' 같은 것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우리는 서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하면서 살고있다. 손가락 하나로 해시태그만 붙이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 생각,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번씩 영감을 주고받는다고 할 수 있다.


'영감'은 '하고 싶은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고 싶은게 없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던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아이들의 주된 고민이었다. 그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이것도 하고싶고 저것도 하고싶어요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거창한 '장래희망'이라고 하기 어려워서 고민이다 라는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그 '하고 싶은 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자주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하고 싶은 것으로 부터 모든 것은 시작한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기까지 여러 수십개의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책,TV,유튜브 심지어는 길거리의 광고까지 그 영감이 해보고 싶다로 이어지는 것이 시작이다. 작은 불티가 종이에 불을 순식간에 옮기는 것처럼 영감이 열정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하고 싶은 것이 직업의 형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은 큰 설렘을 가져다주며 더 큰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 것을 잘 해낼 수 있다는 효능감을 키울 수 있다. 물론 노래가 하고 싶어서 노래를 시작한다고해서 실용음악과에 진학해서 가수가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해 보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그런 영감들이 쌓이다보면 분명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지마라, 영감은 열중하고 있을 때 찾아온다

   일을 시작한지 3년차가 되었을 때, 워라밸에 한창 집중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대면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무가 줄어 확실히 내 시간이 많아졌는데 나는 왜인지 더 무기력해졌다. 나는 때때로 아이들에게 영감을 얻기도 했고,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교육이나 자격증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역량이 필요한 직무가 줄어들면서 열정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요즘은 영감이 여유에서 나오고 이것이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 그래서 퇴사 후 한달살기 컨텐츠나 욜로, 창업 컨텐츠가 유행하는 것 같다. 물론 비워야만 채울 수 있고 지친 상태에서는 어떤 영감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뗄감도 없는 장작에서는 불이 붙을 수가 없다. 


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을 택하기 보다 내게 영감을 주는 것을 적어보기로 결심했다. 필사노트로 구매해두었던 질좋은 노트는 한 달에 한 번 펼쳐볼까말까했다. 독서를 하는데도 큰 결심이 필요했는데 그 결심이 필사로 이어지는 것이 굉장히 드문일이었기때문이다. 나는 그 필사노트에 필사 대신 생각 날 때마다 그 날 들었던 마음에 드는 노래, 기억에 남는 상사의 피드백, 유튜브에서 나온 기억에 남는 이야기 등 그냥 이유없이 마음에 자리잡은 것들을 잡다하게 기록하는 '영감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영감이 성장이 되기까지

    사실 RPG게임에서 직업을 선택하듯이 나에게 꼭맞는 직업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하는 일이라는 것에 정해진 답이 없다. 내가 경험해온 것들 중에서 인상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들 그 중에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이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영감은 어떤 일이든 열중하고 있을 때 찾아온다. 일을 하면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하루하루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그것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다. 


 나는 영감을 기록하면서 매일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고 문장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되었다. 예를들어, 나는 감정을 많이 쏟는 직업이기 때문에 다분히 감정적인 업무를 좋아하는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수량화 할 수 있는 일에 더 성취감을 느끼는 듯했다. 뭔가를 만들어내고 영감을 주는 일에 설레고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다. 내가 영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소한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물론 저절로 깨닫게 될 수도 있지만 기록한다면, 돌아본다면 더 빨리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누군가 "이게 왜 좋아?" 라고 물으면 "그냥"이라는 답이 떠오를 때가 많다. 뭔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다양하고 세세해서 일일이 설명하자면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냥 나한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해버리면 단순하다. 설명하기 애매하고 왜 설레는지 모를 그런 영감, 모두 영감노트로 적어둔다면 결국 무엇이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는지 나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설명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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