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商道)
최근 토스증권과 카카오증권이 제공한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마케팅과 UX Writing을 보고, 금융 서비스의 윤리적 책임과 사용자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이 운영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영업이익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 즉 상도(商道)가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기업윤리라 부르며, 최근 대두되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서도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해 기업윤리와 책임 있는 운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업은 사용자들의 재정적 안정과 직결되므로, 윤리적 책임이 필수적입니다. 사용자가 제공받는 금융 상품이 어떤 위험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명확히 전달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획과 설계가 필요합니다. 과거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는 초기에는 결제 부담을 줄이는 편리한 서비스로 홍보되었지만, 결국 과도한 부채와 신용도 하락을 초래하며 사용자들에게 심각한 재정적 손실을 남긴 사례가 많습니다. 이는 사용자 보호를 소홀히 한 기업 기획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토스증권: 미수거래를 '외상구매'로 포장
토스증권은 최근 미수거래 서비스를 '외상구매'라는 명칭으로 사용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사용자들에게 미수거래의 위험성을 축소하거나 가볍게 느끼도록 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수거래는 사용자가 보유한 자산 이상의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빚을 내어 투자하는 행위입니다. 주가 변동에 따라 손익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내년 1월부터 이 명칭은 '미수거래'로 수정될 예정이지만, 초기 기획 단계에서 이런 용어가 사용된 것은 사용자 보호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보여줍니다.
카카오증권: 신용거래 이벤트
카카오증권은 '신용거래 후 10일 안에 상환하면 이자를 면제'하는 이벤트를 내세우며 사용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신용거래는 사용자가 자신의 자산 이상으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경험이 부족한 사용자들에게는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사용자들의 결정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회사의 사례는 공통으로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축소한 UX Writing과 마케팅의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미지를 가진 단어와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리스크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품을 가볍게 인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외상구매'라는 표현은 사용자에게 단순히 외상으로 주식을 사고 나중에 갚으면 되는 거래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수거래에는 미수 허용 비율과 같은 복잡한 제약이 있으며, 자산 이상의 거래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사용자에게 금융을 쉽게 알려주기 위함이였다면 '과도투자 거래'나 '초과위험 거래' 등 단어에서 위험도가 있음을 직관적으로 나타내주는것이 더 좋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떤 사용자가 써야 하는가
미수거래와 신용거래는 숙련된 투자자들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초보 투자자나 금융 이해도가 낮은 사용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품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의 기획과 홍보에서는 구조적 위험과 손실 가능성을 사용자에게 명확히 설명하는 UX Writing과 인터페이스가 필수적입니다. 사용자의 재정적 안전을 고려하여 레버리지 사용으로 큰 수익을 얻을 가능성뿐만 아니라,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러한 고위험 금융 상품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이미 금융 이해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금융 이해도가 낮은 사용자들은 손실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케팅이나 과도한 유도를 지양하고, 신중한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스증권과 카카오증권의 최근 사례는 금융 서비스의 기획과 마케팅에서 윤리적 책임과 사용자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넘어 사용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금융 상품의 서비스 기획과 UX Writing은 사용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상품을 나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권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기획과 설계를 할 때 항상 되돌아봐야 할 중요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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