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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Oct 21. 2022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내가  글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독자는  명이나 될까. 브런치가 글쓰기에 좋은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지만,   문장만 읽고 스킵해버리는 사람들도, 전혀 읽지 않았음에도 라이킷을 누르는 사람이 있을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사실, 브런치에서의 구독자 수나 라이킷 수를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구독자 100 돌파했을 때는, 아주 조금 기뻤다. 원래 100, 200, 300, 1000 이런 숫자들이 의미부여를 하기 쉽다.


지난여름, 내가 쓴 소설 중 가장 장편이고, 요즘 트렌드에 제일 잘 맞는 것 같은 소설을 다른 플랫폼에서 연재했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원고 예약을 걸어두면, 12시가 되자마자 업로드되는데, 그 순간부터 쌓여가는 조회수가 신기했다.


제일 좋았던 점은 추천수였다. 글을 읽는 조회수의 3분의 1이 추천을 눌렀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추천수였고 적어도 내 글을 읽은 사람의 3분의 1을 만족시켰다는 것이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는가. 내가 적어놓은 작가의 말에 대답하는 독자들의 댓글을 보며, 생각지 못한 소통이란 것에 즐거웠다.


 나는 귀찮아서 인스타 좋아요도 잘 안 누르고, 좋아하는 웹툰에 댓글도 안다는 사람인데. 내게 기다리는 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사랑스러워 보고 또 봤다. 사실 지금도, 기분이 처지는 날이면 또 보곤 한다. 그곳은 나의 자존감 상자가 됐달까.


여하튼, 요즘은 소설을 쓰고 싶지만 정해놓은 소재가 어려워 칼럼을 주로 읽고 있고, 짧은 호흡의 에세이만 줄곧 생성하고 있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글을 첫 글자부터 마지막까지 읽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 사람들은 정말로 내 글로 위로를 받고 있을까.


내가 글에서 위로를 받았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쓴다. 글자에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고 믿으면서. 사실, 가끔 그 믿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쓰면서 더 믿으려 노력한다. 내게 거는 주문 같다고나 할까. 고단한 하루 맥주 한 캔 마시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구경하다 내 글을 보았을 때 마음 언저리가 따뜻하게 잠들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보낸 편지가 별 것 아닐지라도 언젠가 지상으로 올라올 힘을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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