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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 로지 Dec 10. 2022

크리스마스에 설레는 나이는 아니지만

 

생일에 전혀 설레 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서요. 크리스마스 역시 제게 설레는 날은 아닙니다. 인생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사냐 해도, 원래 이런 걸 어쩌겠어요.  


그러다, 친한 친구 한 명이 10월부터 캐롤을 듣는다는 소릴 듣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부터 캐롤을 듣는 삶이라니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그래서 올해는 저도 차가운 바람이 조금 불자마자, 캐롤을 들었습니다. 소설에 그렸듯 겨울은 어쩌면 화려하기도, 어쩌면 황량한 계절이기도 한데 캐롤만으로 무언가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역시 인생에 있어서 BGM은 중요해요.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날에 설렘을 가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설레지 않다 하더라도 설레는 일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전자의 사람이지만, 후자의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크리스마스의 기억들을 꺼내보았어요.


모두 집에 트리를 꾸미나요? 어릴 적 엄마는 우리를 위해 겨울이 되면 조명 전구를 잔뜩 달아놨어요. 현관문부터 거실까지 벽에 반짝이는 불빛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었지요. 그리고 아직도 있는 벤자민 고무나무에 함께 장식을 달며 트리를 꾸몄지요. 우리 집 장수 식물입니다.


제게는 6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언니가 가진건 다 갖고 싶었습니다. 크는 내내 말이에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늘 언니가 메고 다니는 잔스포츠 가방이나, CD플레이어 같은 걸 같고 싶어 했어요. 언니는 있지만 내게는 없는 것. 언니한테 빌려 써야 해서 눈치 보이는 것. 갖고 싶은 것을 손에 쥘 수 있는 날, 어릴 때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었습니다.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는 무언가 특별해 보이죠. 그 시절 남자 친구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며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새벽 눈을 잔뜩 맞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보다 쉽게 손에 넣을  있는 나이가  후로는 크리스마스 선물도, 눈을 예쁜 쓰레기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후로부터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이제는  커서 벤자민 나무에 아무 장식도 걸려 있지 지만,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있는 크리스마스는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같긴 하네요.


크리스마스에 무슨 계획이 있나요. 또, 어떤 추억이 있나요? 제게도 들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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