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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아빠 May 18. 2022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작가의 탄생 제3부

값진 대학원 생활과 동화공부
이렇게 동화를 공부했습니다


지난 번 글엔 필자의 대학생 시절과 졸업 후 어떻게 혼자 동화를 공부했는지, 어떻게 우석동화문학상에 당선되었는지 적었다면, 이번 글엔 동화의 실력이 상승한 대학원 생활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필자는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 전 2009년 가을, 우석동화 문학상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필자의 고향에서 좋은 일자리를 발견하는데, 그것은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턴사원 근무였다.  


2010년. 본의 아니게 LH 당진사업단 인턴사원에 단번에 합격하게 된 필자는 입사 첫날 보상팀에 배정받아 근무를 시작하게 되고, 같이 입사한 동료는 판매팀에 배정을 받는다. 입사 동기는 근무 중 2달만에 퇴사를 결정.


첫 근무 시작하며 부서 직원분들께 인사를 했는데, 차장님이 대뜸 이런 말을 하셨다.


이차장님 : "○○씨, 앞으로 뭐할 꺼야?"

필자 :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데요, 나중에 대학원 가서 공부를 더 할 생각입니다.

이차장님 : 그래? 어디 대학원.

필자 : 단국대학교 대학원이 우리나라에서 아동문학으로 제일 유명하다고 하여 거기에…


그때 이차장님의 표정에 반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이차장 : 어! 거기 내 아들 다니는 학굔데?


그러더니 대뜸 사무실 직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이차장 : 여기 잠깐 주목해주세요! 여기 ○○○씨, 앞으로 단대 대학원 가서 동화작가 될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일 시키지 마세요!

필자 : 띠용!

이차장 : 어차피, 여기 인턴사원 1년만 하고 정규직으로 전환 안 해주잖아요~ 그러니 여기 일 시키지 마세요. 괜찮지 이과장?

이과장 : …

이차장 : 부장님, 괜찮지요? 예?

김부장 : 뭐, 이 차장 팀이니까 이차장 마음대로 해.


그래서 필자는 토지주택공사 당진사업단에서 일하는 동안 비중 있는 업무는 맡지 못하고, 문서수발, 자료 정리, 차량운행, 전화응대 업무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독서와 동화쓰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무슨 은혜인가!!


이차장님의 편애? 가운데 필자는 근무 시간에도 동화책을 읽었으며, 필사를 하거나 습작을 할 수 있었다. 같이 입사한 동기는 정규직 전환은 없다는 말에 2달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꿀같은 인턴사원 근무가 끝나고 필자는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음.




대학원 입학 후 첫 동화수업시간.

어색하게도 동화작가 교수님은 학생들끼리 인사를 시켰다. 앞에 나와 인사하는 방식은 어른이 되어도 힘들다. 이런 것 좀 안 했으면. 필자의 순서가 오자 필자는 어떻게 등단을 했는지와 앞으로 기독교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이교수 : 그러면 안 돼. ○○씨의 동화에 기독교 색체가 묻어나면 공모전에 당선되기가 어려워. 심사위원이 불교인이면 당선이 안 되지 않겠어?

필자 : 하하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필자는 기숙사 책상 앞에 앉아 기도했다.


필자 : 하나님 들으셨지요? 교수님 콧대를 꺾을 수 있는 멋진 동화를 쓸 수 있도록 영감을 부어주세요!!!!!


필자는 정말로 진심으로 기도했는데, 지금도 종종 누가 뭐라고 하면 기도하는 척 일러바치는 일을 잘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 하나 알고 갑시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예술 계통의 사람들은 다 영감을 받아서 작품 활동을 한다. 화가, 작곡가, 조각가, 디자이너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가요 '죽어도 못 보내' 는 장례식장에서 먼저 떠난 사람을 생각하면서 작곡되었다고 하며, BTS의 아버지 방시혁은 자기가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만든 음악보다 영감을 받아(음악이론적으로 잘 맞지 않는) 만든 음악이 대박을 칠 때가 많다고 했다.


중요한 건 '영감''받는 것'인데,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건 작가한테 영감을 '주는 대상'도 있다는 말이다. 주거니 받거니

그렇다면 과연 영감을 누가 줄까? 어떤 이들은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다른 작품을 만든 작가도 뭔가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작품 활동을 했을 것이다.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영감은 영적인 존재로부터 받는다.


'영'적인 존재라고 할 때 그 '영靈' 과 영감의 '영靈'은 같은 한자를 쓴다.

국어사전엔 영감을 이렇게 설명한다.  


영감靈感

1.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2.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


결론은 영감을 받거나 얻는 건 1.영적인 존재로부터, 그리고 2.영적인 존재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미술, 음악, 자연 등)을 감상하면서 얻을 수 있다.


영감 및 영적인 존재가 주는 감동에 대해서는 후에 다룰 기회가 있으면 다루도록 하겠다.

아무튼 필자는 영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영감을 얻기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굳굳! 뒤에 설명.




그렇게 대학원 생활이 시작된 후, 필자는 피같은 대학원 등록금이 아까워서 동화에 대한 열망이 끓어올라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동화를 썼다. 대학원 생활이라는 게 한 주에 많아야 5~6 과목을 공부하기 때문에 남는 시간이 많았다. 필자는 화요일, 수요일만 수업을 들을 정도로 한가했지만, 신춘문예 당선이 목표였기 때문에 알바는 하지 않았다.

다음주가 돌아와 필자와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동화작가 교수님께 동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개별 과외를 받지 않았다.


필자는 수업 시간에 동화의 시점, 플롯, 제목, 인물 구성 등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대학교 때도 분명 배운 건데 왜 처음 배우는 것처럼 느껴질까? 기분탓인가?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대학원 1학기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었는데, 마지막 시간은 단편동화를 한 편씩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그 당시 필자는 필자의 첫 장편동화『항아리를 발로 찬 온달이』(클릭하면 동화책 바로가기)의 기본이 된 단편동화 '온달장군 호랑이 굴에 가다!' 를 막 완성하여 수업시간에 발표를 했다.


이날 필자의 동화는 같은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 및 동화작가 교수님을 놀라게 할 정도로 재미있고 인상이 깊었다는 평을 받았다. 교수님은 동화를 읽는 내내 즐거워하셨으며, 본인이 동화를 써도 필자보다 재밌게는 못 쓸 것이라고 하시는 바람에 같은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샀다. 믿지 않으실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


사실 이 동화는 신약성경 야보고서 1:15절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 라는 야고보서의 말씀과 물건의 크기를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레이저 총이라는 소재를 접목하여, 레이저 총을 차지하기 위한 쥐들의 싸움을 통해 인간의 욕심을 철학적이면서도 재밌게 이야기했다.


아무튼 그날 교수님은 모든 수업이 끝난 후 필자를 동화작가로 키워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시며 몇 가지 제안을 하셨다.


1. 대한민국의 유명한 동화작가를 다 만나게 해주겠다.

2. 출판사에 소개시켜줘서 책을 낼 수 있도록 돕겠다.

3. 신춘문예의 등의 공모전에 출품하여 등단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


필자는 교수님의 제안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알겠다고 했고, 교수님은 다시 여름 방학 동안 단편동화 3편을 완성해오라고 하셨다. 단편동화 3편이 쉬워보이지만 사실 나 같은 아마추어에겐, 완성도 높은 작품은 1편도 어렵다.  

결국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여름방학 내내 필자는 친구 목사님이 있는 시골 교회의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돕는 바람에 단편동화를 하나도 쓰지 못하고 대학원 2학기를 맞았다.


당연히 동화작가 교수님께 쓴소리를 들었지만, 교수님은 약속대로 가문비출판사(가문비어린이) 연락을 넣어주셨고, 교수님의 소개로 지난 학기에 쓴 단편 동화를 출판사에 보낼 수 있었다.

가문비출판사의 김숙분대표님은(작가) 내 동화를 읽고, 우석동화 문학상에 당선된 것보다 훨씬 재밌고 수준이 높다며, 출판사와 계약을 하자고 이야기를 꺼내셨다.


하지만 필자는 그때도 지금도 실력이 하수이기 때문에(제대로 된 영감을 받지 못하면 잘 안 써져서) 그 제안을 거절했다. 첫째는 나중에 실력이 좀 붙으면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둘째로는 신춘문예 등의 메이저 공모전에 당선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자꾸만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 번 오라고 하셨고, 사무실 근처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결국은 계약을 하게 된다.


계약 후에 무슨 되도 않는 3권 분량의 장편 동화를 썼다가 퇴짜를 맞고 결국엔 모두에게 인정받은 온달장군 호랑이 굴에 가다를 장편으로 각색한 『항아리를 발로 찬 온달이』 가 최종으로 장편동화로 출판되었다.


또다시 2학기가 시작되며, 필자는 다시 교수님께 동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선생님들이 모임을 만들어 동화작가 교수님께 수업 후 따로 지도를 요청드렸는데, 이때도 필자는 혼자 도서관에서 동화 공부를 하고 있었음 교수님께서는 몇 가지를 제안하셨다고 한다. 


과외는 가능한데, 첫째 사람이 많지 않을 것, 둘째 수업이 있는 일주일에 1번 모일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임에 필자를 꼭 참석시킬 것.


그때 필자는 도서관에서 혼자 동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선생님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공부 모임에 꼭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당시 필자는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고, 교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그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규 수업시간에 강의실에서 여러 학생들이 교수님께 동화를 배우고, 수업시간 이후에는 손님이 많지 않은 카페나 경양식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동화 지도를 받았다.


여기서 잠깐, 필자가 받았던 동화 과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과외도 그렇지만 글쓰기 과외는 보통 이렇게 이루어진다.

1. 스토리 기획 지도

2. 집필

3. 품평(작품 평가)

4. 퇴고

5. 품평

6. 퇴고

7. 완성


스토리 기획 단계에서 시놉시스를 쓰게 되는데, 보통 시놉시스만 봐도 이게 좋은 작품이 될지 아닐지 알 수 있다.(표준어 규정, 플롯 구성 등의 동화 작업에 대한 기본은 갖추었다는 걸 전제로하고) 그래서 시놉시스를 보고 스토리 기획이 좀 후지면 약하면 이 단계에서 스토리를 수정하거나 아니면 전부 갈아엎고 새로운 스토리로 기획하게 된다. 재미없는 걸 붙들고 이야기로 발전시켜봐야 결국 결론은 재미없고 진부한 글밖에 나오지 않는다.


집필은 보통 A4 용지 4장~5장 정도 분량의 동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신춘문예의 경우 단편동화 분량이 원고지 30매 내외(27매~33매)를 요구하는 곳이 많은데, 이게 대략 A4용지로 4장 정도이기 때문에 필자는 A4용지 4장 정도되게 단편 동화를 썼다.


품평 단계에서는 각자의 작품을 읽고 우선 잘 된 부분, 아쉬운 부분을 나누어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들은 내용이 타당하고 괜찮다 싶으면 글쓰기에 반영하여 글을 수정하거나, 의견이 타당하다고 해도 자기 스타일이 아니거나 다른 방향으로 더 멋지게 써내려갈 자신이 있으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몇 번의 퇴고를 거쳐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시킨다. 사실 아마추어들한테는 이게 글쓰기 공부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품평회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고 더 좋은 작품으로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품평을 통해 1. 작품 중에 어떤 부분을 다른 동화에서 봤다는 / 비슷하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2.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실수, 오류 등을 고칠 수 있으며, 3. 작품의 수준이 높은 경우 동료들로부터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검증을 받을 수 있다.


1. 다른 동화를 베꼈다거나 스토리가 같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음.

2. 자기 자신은 자기 작품의 오류를 제대로 못 봄. 특히 본인은 자기 작품의 오탈자, 비문 등이 희한하게 안 보임.

3. 드물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고서도 자기 작품이 후지다고 별로라거나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종종 있어서 제대로된 검증이 필요함.


※ 필자가 생각하는 양질의 품평회의 조건 

1. 같이 공부하는 회원의 실력이 비슷하거나 그 중 뛰어난 사람 한 두 명이 있어야 한다.

2. 품평회를 이끌 리더의 실력이 다른 이들보다 월등해야 하며, 회원들은 리더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리더가 등단한 작가이면 좋다.

3. 회원들이 평소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공부하기 어렵다.

4. 회원들이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야 한다.

5. 회원들이 약속한 날짜까지 작품을 완성해 와야 한다. 품평회 때 이걸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이 꼭 있음. ㅎㅎ

6. 회원들간에 서로 사이가 좋아야 한다.


그 이유는

1. 회원 중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없이 다 실력이 고만고만하면 서로 도전이 안 되고, 서로에게 배울 게 없다.

2. 리더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품평회가 운영이 안 되는데, 그 이유는 서로 자기 작품이 최고이며, 상대방의 품평을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절대로 인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리더가 뛰어나지 않은 품평회는 종종 싸움판, 난장판이 되고 만다.

3. 작가의 기본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다. 독서를 안 하면서 작가가 되기 바라는 건 로또 판매점에서 로또도 사지 않고 로또 1등에 당첨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

4. 회원들이 간절하지 않으면 모임이 그냥 친목 모임이 되고 만다.

5. 이게 가장 중요하다. 약속한 날짜까지 작품을 완성해오지 않으면 품평회 때 할 게 없다.

6. 이것도 의외로 중요한데, 회원들 간에 사이가 나쁘면 품평회 시간은 싸움판이 되고 만다. 내 작품이 좀 부족해서 회원들에게 까일 지적을 받을 경우,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다른 사람 작품을 품평할 때 불화살과 장검으로 작품을 난도질하며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런 게 쌓이면 품평회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


다행이 필자가 속한 품평회는 동화작가 교수님을 필두로 하여 안정감과 방향성이 분명했고, 같이 공부했던 선생님들의 실력이 거의 다 뛰어나서(필자 외에도 공모전에 당선된 분이나 이미 책을 낸 작가도 있었다. 거기다 몇 분은 재력이 뒷받침이...) 서로 도전이 되고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원의 2학기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대학원 3학기가 시작되면서 동화 강의를 하실 교수님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베스트셀러를 몇 권 내신 동화작가 교수님이셨는데, 개인적으로는 1, 2학기 강의를 맡으셨던 동화작가 교수님보다 실력이 더 좋다고 생각되었다.


3학기에 들어서면서 우리 품평회는 단국대학교 대학원 내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며(같이 공부하던 선생님이 유명한 출판사에 주최한 공모전에 당선되었음), 우리 품평회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다 참여할 수는 없어서 실력이 검증된 몇 분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품평회는 지난 학기에 이어 새로 오신 교수님께도 강의 후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건 먼저 강의를 해주셨던 동화작가 교수님이 새로 오신 동화작가 교수님께 품평회를 지도해줄 것을 부탁해주셨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흑흑


사실 먼젓번 동화작가 교수님은 우리나라 동화작가계의 어른이고 유명인사셨다. 그래서 필자가 출판사와 계약할 수 있었으며, 새로 오신 교수님께도 우리 품평회를 부탁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떤 분들은 대학교나 대학원 등 학교에 진학하는 이유 중에 이런 인맥을 통해 작가로서 자리를 잡기 위함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당시 필자와 같이 품평회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은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재 강의를 하는 분도 있고, 출판사 계약 후 책을 낸 분들도 몇 분 계신다. 본인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실력이 있어도 인맥이 없으면 출판계에 진입하기 어렵다. 물론 요즘이야 자가 출판을 통해 무료로 책을 내고 보통 출판사 계약보다 높은 인세로 책을 출판하기도 하지만, 인맥이 있으면 이게 쉽다는 말이다.


하여튼 3학기, 4학기 새로운 동화작가 교수님께 동화를 배우며, 필자의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어떻게?


1. 단편동화를 한 편 쓰는(완성) 시간이 2달에서 3주 정도로 단축됨

2.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스토리가 빠르게 구상됨

3. 동화작가 교수님으로부터 필자가 알지 못했던 양질의 동화책을 많이 소개받고 다양한 독서를 시작함

4. 단순히 재밌고 감동적인 동화가 아닌 현 시대의 문제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됨


그리고 필자는 4학기의 끝자락에서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석사과정 졸업을 결정하는 '석사논문 집필' 과 '공모전 당선' 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필자는 품평회에 참여하며 실력이 상승하고, 선생님들로부터 인정도 받았지만 매번 공모전 당선에서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래서 논문을 써야할 시기에도 논문을 쓰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모전을 준비해야 했다.


그렇게 석사과정 수료를 앞둔 어느날 필자는 품평회에서 좋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은 동화작가 교수님도 인정하였으며, 품평회 회원들의 평도 한결같이 좋았다.


교수님 : ○○씨 이번 신춘문예에는 꼭 당선될 거야. 기대해!


필자는 그 작품을 출력하여 서울의 한 메이저급 신문사 신춘문예에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과연 이 작품이 신춘문예에 당선될 것인가?


그런데 문득 동화를 한 편 더 작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시간은 3주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2주 만에 단편동화를 한 편 더 완성하였다.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세신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목은 「별난 예술가」.(작품 바로가기) 대학원 4학기엔 수업을 정말 몇 개 안 들었는데, 자취나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뭐해서 일주일에 한 번 찜질방에서 잠을 자며 4학기 수업을 들었다. 세신사에 관한 이야기는 4학기 과정 중 찜질방에서 잠을 자며 때를 미는 아저씨를 관찰하며 만든 동화였다.


심사평 (심사평 바로 가기)


별난 예술가는 동화부문에서도 상금이 큰 부산의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하였는데(당선금 3백만원 / 우석동화 문학상도 당선금 3백만원), 국제신문 신춘문예 응모 마감일에 필자는 교회에서 눈을 치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필자가 눈을 거의 다 치울 때쯤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제대로 허리도 펴지 못하고 아픈 몸으로 기어이 주차장의 눈을 다 치우고 난 필자는 겨우 집으로 걸어내려왔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그 당시까지 완성하는 못한 동화를 겨우 완성시켰다.


그날 필자는 우체국에 갈 힘도 없어서 겨우 동화를 프린트 하고, 주소를 출력하여 어머니께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때가 우체국 마감 시간의 얼마 남지 않은 오후 4시 30분쯤이었다.


그리고 2012년 12월 24일 저녁, 필자의 스마트폰의 벨이 울렸다.

과연 어디 신문사, 어느 작품일까?

황당하게도 교수님과 품평회 선생님들께 인정받고 칭찬받은 동화는 후보에도 들지 못했고, 아픈 몸으로 겨우 완성했던(2주만에 완성한 작품이) 신춘문예 당선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는 또다른 에피소드가 있는데, 하마터면 신춘문예 당선이 물거품이 될 뻔한 일이었다.


대학원 4학기를 마칠 즈음 1, 2학기 때 동화를 지도하셨던 원로 동화작가 선생님께 연락이 와 부산에서 '열린아동문학' 모임에 참석하라는 초대를 받았다.


열린아동문학은 대한민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속한 모임으로, 열린아동문학 계간지에 작품이 실린 사람만이 그 모임에 초대를 받는데, 필자는 원로 동화작가 교수님의 소개로 열린아동문학 계간지에 작품이 실렸다. 열린아동문학 모임에는 우리나라 유명 동화작가가 한자리에 모이며, 거기 참석하면 또다른 인맥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음에도 모임 다음날 교회를 가야했기 때문에 금, 토요일 부산에서 열리는 모임의 초대를 어렵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신춘문예 담당기자님이 전화로 필자에게 물었다.


기자 : 혹시 동화작가 중에 ○○○선생님 아시나요?

필자 : 알지요. 워낙 유명하신 분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뵌 적은 한 번도 없고요, 아는 교수님을 통해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기자 : 음... 그런가요? 우선은 알겠습니다.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축하드립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당시 국제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 2명 중 1명이 열린아동문학 모임의 수장이었던 것이었다.

후일에 알게 된 건 신문사 기자분이 심사위윈 작가분께 연락하여 필자를 아는지, 인연이 있는지, 어떤 관계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춘문예 당선 시상식 날 필자는 심사위원님에게 왜 신문사 기자에게 자신을 안다고 했느냐고,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알긴! 작품으로 알고 듣기만 했지


심사위원 : 만약 지난 번 이교수님(원로동화작가)의 소개로 열린아동문학 모임에 참석하여 나와 서로 인사하여 구면이 되었더라면 신춘문예 공모전에 당선되는 일은 없었을 거요.


필자와 안면이 있어서, 필자와 인연이 있어서 공모전에 당선시켰다는 건 작가로서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때 필자는 처음으로 작가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센지, 작가로서 명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정말 그 심사위원을 시상식장에서 처음으로 만났으며, 워낙 유명하신 분이니 작품으로만 알았지 서로 전화를 주고 받거나 문자, 카톡 등 연락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평소 친해져야겠다거나, 그분과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음을 밝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신문사든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나중에 시상식장에서, 당선작 소개의 심사평에서 당선작 발표 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열린아동문학 모임을 위해 부산의 방파제횟집에 가지 않은 건 필자의 삶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위대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추신. 다음번 이야기에는 작가들이 받는 영감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하는데, 잘 써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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