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SF호러 장르의 '탑건'이 아닐까요. 8월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70~80년대 에이리언 시리즈를 보고 열광했던 팬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대놓고 곳곳에 배치한 이스터에그나 미장센은 부차적이죠. 그냥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과거의' 에이리언입니다. 여기에 세월이 흐른 만큼 더 세련되게 발전한 연출 기법과 컴퓨터그래픽이 더해지니 꽤 볼만한 작품이 됐습니다. 단순히 공포영화로서도 훌륭하냐고요? '맨인더다크' 시리즈와 '이블데드' 리메이크를 연출한 페데 알바레즈가 감독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14일 개봉했는데 글을 쓰는 현재 24일이니 10일이나 지났네요. 늦은 후기인 만큼 다른 분들이 언급한 내용(정보)은 제외하고 최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하면서 제가 느낀 감정만 공유해 보겠습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한 장면. 무기마저도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죠.
우선 최근 10여 년간 할리우드 영화들(텐트폴 작품들 위주로)은 큰 틀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먼 미래의 알 수 없는 위험, 그 위험을 극복해야 하는 인류, 그리고 인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 말이죠.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인간미' 정도의 표현을 쓸 수 있겠네요. 결국 합리적, 효율적 사고 등 이성적 영역이 아닌 감성의 영역, '사랑'이 인류를 구원할 거라는 메시지입니다. 보통 이성적인 태도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더 멀리 봤을 때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 눈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우주전쟁(2005)', '아바타' 시리즈, '인터스텔라(2014)', '그래비티(2013)' 등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요? 이 부분이 제 눈에는 유일하게 과거의 에이리언과 올해의 에이리언이 다른 점이라서 그렇습니다. 이것만큼은 최근의 트렌드이다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이 덜 좋다는 건 아닙니다. 역사에 남을 명작이죠.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한 장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에이리언1보다 에이리언2가 떠오르게 됩니다.
극장에서 볼 영화인지 묻는다면 그렇습니다. 공포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을 제외하면 무조건 추천할 정도예요. 제 짐작이지만 컴퓨터나 TV로 시청하면 꽤 큰 폭으로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시기 전에 조언하고 싶은 부분은 우선 '로물루스'라는 부제를 주의 깊게 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예상만큼 중요하진 않습니다. 로물루스가 뭔지 모르고 보셔도 될 정도예요.
그 외 여러 가지 메타포나 오마주 등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는 대부분 그런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그건 영화를 보시고 나서 후식을 즐기듯이 음미하시면 됩니다. 사전 지식이 딱히 중요하지 않은 영화예요. 그냥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극장에서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즐겁게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보시는 걸 더 추천합니다.
과거의 에이리언 시리즈 복습도 필수는 아닙니다. 로물루스로 에이리언 시리즈를 시작하셔도 무방할 정도니까요. 그냥 편하게 즐기세요. 에이리언뿐만 아니라 어떤 영화든 시리즈물을 정주행 할 때 가장 최근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정 순서로 봐야 가장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건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공부하듯이 달달 외우거나 영화에 나오는 용어들을 다 이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 '유타니'가 어떤 회사인지 몰라도 로물루스를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로물루스만 봐도 그 회사의 정체성이 충분히 느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