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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Apr 21. 2024

부패가 거름

부패의 징후

부패가 거름이란 너무 슬픈 진실


부패가 생기고 있을 때의 징후가 있다. 에너지의 고갈이다. 자원 에너지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에너지 말이다. 과거 전쟁과 스포츠 영역에서만 불 붙었던 국가적인 에너지가 이제는 개인 차원으로 내려와 불붙고 있다. 불 붙어 소진될 때까지 활활 탄다. 예전에는 국가와 도시 단위의 축제형식으로 에너지를 발산했다면 지금은 개인이 마음껏 불지르고 소진해 버린다. 예전에는 애국심 형식이어서 개인의 정체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않아야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팬덤이라는 개인의 집합체 속 개인이 그 에너지를 마음껏 즐기면서 소진하고 있다. 종교와는 달리 개인의 에너지가 모이는 팬덤 주인공은 한없이 겸손해 하면서 에너지를 쏟아 주는 개개인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팬덤이 생기는 팬의 대상, 즉, 팬덤층의 사랑이 모이는 스타는 사실 알고 보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대중이란 이름의 개인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내세운 허상의 구심점에 지나지 않는다. 팬덤을 통해 이제 개인이 신격화 되었다. 하지만 에너지는 영원하지 않아 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축제 후 국가가 탈진하듯 팬덤 사회의 개인도 탈진한다.


소진되면 반드시 탓을 할 대상을 찾게 된다. 과거의 막무가내 식 비판, 마녀사냥과는 차별되지만 잔인하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정제된 언어와 중무장한 합리로 어쩌면 더 잔혹하게 비판하고 자신은 빠지면서 탓할 대상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그러니 어쩌면 과거보다 더 잔인해 칼없이 도살하는 법을 안다. 그들은 어떻게 말해져야 사람들이 수긍하는지 알고 있다. 에너지 고갈에 이어 이런 잔인한 합리를 동원한 참혹한 비판이 일어나면 부패가 만연해 지고 있다는 징후다.


부패는 대중의 가을이다. 가을 후 에너지가 꺼져버려 마이너스 에너지의 겨울을 겪는다. 이 겨울을 대중이 견디고 나면 어김없이 봄이 온다. 봄이 되면 다시 대중 개인의 불붙음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시작된다.


땅에 떨어져 썩는 사과를 만들기 위해 뜨겁게 불태운 열정과 차갑게 식어가는 에너지, 그리고, 나무에서 밀어낸 비겁한 차가운 자책까지 왜 그렇게 필요 했었는지 “겨우”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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