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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먹었어?

고양이의 이물섭취

by 이나라

카루는 태어나서 두 번의 개복수술, 그리고 한 번의 내시경 시술을 했다.

첫 번째 개복수술은 집냥이라면 누구나 하는 중성화.

그리고 두 번째 개복수술은 이물질 섭취로 인한 위 개복수술이었다.

내시경도 마찬가지로 이물질 섭취로 인해 시술을 했었다.

그중 가장 위험이 컸던 이물질로 인한 개복수술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고양이는 하루정도는 혼자 잘 있을 수 있다 하여 친구들이랑 월드컵 경기를 같이 보겠다고 호캉스를 했다.

친구들이랑 배달음식을 시키고 술도 잔뜩 마시고 새벽 늦게서야 잠을 들었다가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는데....


미친

집에 카루가 구토를 잔뜩 해놓았던 것이다. 이상한 검정 이물질과 함께.


이물질을 잘 살펴봤는데 낚싯대 손잡이 고무 부분 같았다.

집을 비울동안 동생이 와서 카루를 돌봐줬는데 장난감을 숨겼어야 하는데 그대로 두고 간 모양이었다.

카루는 심심한 나머지 그걸 잔뜩 물어뜯고 먹어버린 것이다.

나는 안일하게 토하거나 대변으로 나오겠지 생각했다.

그날 새 차를 인수하기로 되어있어서 볼일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젠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혈토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하게 카루를 케이지에 넣어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엑스레이도 찍고 초음파도 찍었지만 얘가 밥도 많이 먹었고, 손잡이가 고무로 되어있어서 그런지 잘 안 보인다고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처치는 구토유발뿐이었다.

되는대로 당장 할 수 있는 처치를 다 해달라고 했다.

예민한 고양이답게 토를 하지 않았다. 견뎠나 보다.


일단 밥이 소화가 되어야 정확히 확인이 가능하다 하여 그날은 금식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결과는 개복수술만 가능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덩어리가 너무 커 장까지는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


카루는 무사히 수술을 하고 삼 일간 입원 후 퇴원을 했다.

병원에서 매일 카루 상태를 보내줬는데 매번 밥도 싹싹 먹고 배변도 잘한다고 해서 한시름 덜고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집에 돌아오면 내가 출근하느라 돌봐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엄마찬스가 있어 다행이었다.

엄마가 일주일간 우리 집으로 와서 카루밥을 챙겨주셨다.

다행이었다. 덕분에 카루는 점점 좋아졌다.


처음 개복상처를 보고서는 나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 사고는 내가 외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장난감을 잘 숨겨달라고 동생에게 당부했으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었다.

고양이와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조심할 게 많은지 초보집사인 나는 정말 몰랐다.

너무 미안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이후로 외박을 하기 전 꼭꼭 사냥놀이 시간을 길게 가지고,

동생이나 친구에게 카루를 부탁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집사를 희망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가 혼자 잘 있는다고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려동물과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책임감이 많이 필요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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