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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덕의 이야기

늦은 후기 오아시스

by 이나라

남들은 오아시스를 10대에 접했다고 한다.

오히려 나는 10대에는 케이팝을 주로 들었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긴 했지만 밴드음악 중에는 못, 브콜너, 델리스파이스 같은 잔잔한 모던락을 가볍게 들었다.

그러나 항상 싸이월드 브금은 못이었다. 그때는 이이언의 감성이 나와 닿아있다고 생각했었다.


제대로 락내림을 받은 시기는 20대였다.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밴드 경연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은 아이돌 콘서트만 다녔었다. 그런데 티브이 속 밴드음악은 악기의 라이브가 전달해 주는 생생한 사운드가 티브이를 뚫고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당장 공연을 보지 않으면 안 됐었다.

그렇게 주말마다 홍대를 찾게 되었다.


내 취향을 찾아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를 넓혀주는 일이다.

무취향의 사람은 곧 무매력이라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깊은 사유 없이는 내가 진정 즐기고 사랑하는 것들을 깨닫기 힘든 법이니까.

그렇게 나를 행복하게 하고 새로운 감정들을 깨우치는 것이 밴드음악임을 알게 된 후,

나를 이루게 된 코어세포는 밴드음악이 되었다.


오아시스 음악은 희망적인 가사와 음악이지만 리암의 보컬이 강렬했기에 그래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휴학했을 때 많이 들었고, 위로받았던 것 같다.

이후 Whatever이라는 문구를 타투로 몸에 새기기도 했다.

단어의 의미도 좋고, 그들의 노래도 좋았으니까.

영원히 라이브는 들을 수 없겠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재결합을 했다. 그날 친구들 단톡방은 오아시스얘기로 하루 종일 난리가 났었다.

그리고 작년 예매한 티켓으로 드디어 지난주에 공연을 다녀왔다.


오프닝에 과거 밴드결성부터 불화, 화해한 지금 기사 스크랩이 스크린에 띄워졌다.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노엘과 리암은 손을 맞잡고 무대에 등장했다. 그때 이미 고양운동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동안의 기다림에 대한 인사를 건네듯 첫곡은 Hello였다.

노엘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 리암 목소리가 어떻게 30년 전 음원과 똑같을 수 있는지 제일 신기했다.

그리고 이어진 명곡파티.

난 3층이라 포즈난도 못할 줄 알았는데 리암이 포즈난 아냐고 하자마자 친구랑 냅다 일어나서 뒤돌았다. 옆에 모녀로 보이는 분들이 앉았었는데 그냥 내가 잡고 돌렸다. 그렇게 좌석게 무릎 박으며 뛰다가 이후로 쭉 스탠딩으로 즐겼다. Cigarettes&Alcohol 이 초반이어서 거의 올스탠딩으로 즐겼다고 해도 무방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한국인답게 역시 Don't Look Back In Anger 다.

워낙에 유명한 곡이기도 해서 와 이걸 실제로 듣게 되다니 라는 감상이 첫 번째, 강한 리암과 대조되는 부드러운 노엘의 톤이 좋다는 감상이 두 번째, 무한돈룩백을 하는 관객과 농담을 하고 즐거워 보이는 노엘이 이 짧은 공연 내 유대감을 쌓았구나 하는 하는 감상이 세 번째였다.


공연을 다 보고 난 후 느낌은 정말 그들은 뻐킹락스타라는 것.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행복한 공연이었다. 친구는 일본 공연도 양일 잡아둬서 지금 티켓 구할 수 없나? 하고 집 오자마자 일본 공연티켓을 찾아봤지만 구하기 기 너무 어려웠다. 또 보고 싶어요. 엉엉.


공연 이후 하루 종일 오아시스 곡만 듣고, 다큐 슈퍼소닉만 한 다섯 번 봤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출근길에 MG 앨범을 들으면서 출근을 했다.

요새는 거의 락페만 다녀서 이렇게 밴드 하나를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래간만에 밴드 하나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싸우지 마세요 제발...

이 좋은 공연을 아저씨들 죽기 전까지 라이브로 듣고 싶어요.

우리나라 내한 어렵더라도 일본이라도 자주 와주길. 제가 갑니다!




Cigaretes & AlcoholCiCigarettes & Alcoh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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