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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 테라피스트 깽이 Mar 19. 2024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하기

스케줄에 넣어야 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바쁜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분명히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느끼고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치 학교에서 선생님께 잔뜩 수업을 듣고, 또 학원에서 잔뜩 시간을 보냈지만 머리에 남지 않았던 그 시절 그 어느 시점의 내 모습과 비슷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어머님들께 강조했던 것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을 꼭 마련해 주세요. 그 시간. 아이들은 하루를 뭘 하면서 즐겁게 지냈는지, 친구와는 왜 싸웠는지, 어떻게 하면 내일은 더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지금도 가까운 지인들에게 말해준다. 저녁 늦게까지 동영상을 보다 잠이 드는 것은 그리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 실제로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동영상을 보는 동안에는 억지로라도 뇌를 움직이게 된다. 누군가와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거 말고 단순히 잠을 자기 전의 차분한 공기와 어두운 방은 하루를 정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설렘으로 기다리기에 적당한 분위기를 형성시킨다.


 사람은 하루하루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소설처럼 어제의 삶을 다시 살게 될 수는 없다. 혹시 타임머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몸은 하루하루 성장하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늙어간다. 그렇기에 어제보다는 더 나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할 때, 오늘 했던 과오나 무의미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하루를 잠깐이라도 돌아보아야만 오류를 조금이라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하루 중 몇 분만이라도 꼭 혼자서 멍 때리는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러면 하루를 정리하게 되고 내일 할 일이 생각나게 되더라.


 하루뿐 아니라 일주일, 한 달, 세 달... 우리에게는 브레이크타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목표로 한 것을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나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는 그런 일 말이다.

바로 이기주 작가가 말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과 같은 것이다.




 물론 이기주 작가는 몸에서 신호를 보내왔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부분에서 자신의 정신과 몸을 분리해서 생각했다는 것이다.


때때로 정신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처음 가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할 때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시간별로 빼곡하게 스케줄을 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몸은 그것을 따라갈 수 없을 때가 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나라도 두 시간 이상을 걷고 있다 보면 좋은 신발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아파와 더 이상 걷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신과 몸의 신호를 무시하게 되면 결국 고장 나게 되어있다. 정신이 고장 나면 정신과에, 몸이 고장 나면 내과나 외과에 도움을 받아야 하고 더 많은 '쉼'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균형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장은 겉으로 보이지 않기에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큰 거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하루 종일 눈물이 난다거나 번아웃이나 무기력이 덮쳐 오게 되면 그제야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떤 드라마 속 대사였던가... "세상은 싸워야 할 것들이 많은데, 왜 너 자신이랑도 싸워야 하느냐."


 어느 정도의 자신과의 싸움은 필요하다. 사람은 가만히 있다 보면 게을러지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정신상 태나 체력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싸워가는 것은 무식한 일이다. 게다가 나와의 싸움은 "싸움"이라는 단어보다는 "발전을 위한 노력"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균형을 잘 잡고 나의 발전을 위해 오늘 조금 더 노력을 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좋은 거니까... 깽이야,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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