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공부 중
나는 무언가 언짢거나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과거의 기억들을 되짚어보려 한다.
예로, 친정엄마와 감정싸움을 할 때면 여지없이 어릴 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언제나 애쓰며 살아가는 딸이 걱정되어 툭툭 내뱉는 말들은 의미를 왜곡해 가슴에 비수로 못 박혀 여전히 아프고 서운한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왜 유독 엄마의 저 말이 날 건들렸는지 온 감각을 세워, 이 일과 연결된 과거의 경험은 무엇인지 꼽씹어보려 한다.
몸과 마음의 느낌은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경험들이 그 이후의 일을 결정한다.
"넌 아빠랑 와."
어릴 적 그녀에게 달려가면 오빠 손을 잡은 채로 거부하던 기억들은 아직도 크나큰 상실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로 기억의 편차가 큰 것을 보니 이 것이 사실인지 내 생각의 조작인지는 모르겠다.
"괜찮다. 이제 괜찮다. 큰 소리로 울어도 된다. 가지 말라고. 무섭다고"
단지 오랜 시간 마음 한편에 용납되지 않은 어두운 감정들이 공격성을 갖고 불쑥 튀어나올 때에는 예전처럼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는다. 더는 타인에게 거부당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며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꽉 안아준다.
넘치는 사랑과 헌신으로 자식을 키우셨지만,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친정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가 있다. 아이가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느낄 때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수치스러운 존재라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아이의 사랑이 엄마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느끼면, 상처받은 아이의 자아는 분열되고 억압되어 성장하게 된다.
"나는 할머니 좋아"
"ㅎㅎ 아들, 엄마도 할머니 사랑해, 아주 많이"
일생 동안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바다와 하천을 회유하는 물고기처럼,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억을 끄집어내어 치열하게 부딪히고 움직여 살아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