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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Jan 08. 2023

[가시나킥] 프롤로그

오합지졸 똘마니 여자축구부




#⚽️ #여자축구부썰1편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열네살의 나는 선배들의 등쌀에 못이겨 특기생으로 들어갔던 태권도부를 결국 그만두었다. 일반학생이 되고 나서는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번화가 콜라텍을 드나들며 그대로 비행청소년이라도 될 참이었다.


마침 다음해에 학교에서 새로 여자축구부를 창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지역의 여자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 졸업생을 필두로 1,2학년으로만 구성한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전해주던 중학교 체육선생님은 이제 그저 운동 잘하는 일반학생이 된 나에게 축구부로 다시 운동을 시작하라며 권유했다. 마치 은밀하고 비범한 미션이라도 알려주듯.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는 운동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같이 죽어라 하는 훈련도 지긋지긋했고, 남녀 가리지 않고 욕먹고 맞아야 하는 운동부 특유의 기강 문화는 넌덜머리가 났다. 체육 선생님에게 축구부 입단을 거절할 핑계가 필요했다. 같은 반에 공부도 잘하고 체육도 잘하는.. 1년 간 제대로 얘기 해본적도 없는 친구 하나를 들먹이며, 쟤가 하면 저도 할게요. 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열다섯살이 된 이듬해.

여자축구부 창단식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갔다.

공부도 잘하고 체육도 잘하는 그 친구의 이름과 함께.


부상으로 K리그에서 밀려나온 27살의 젊은 감독이 진두지휘 하던 엔트리 11명뿐인 조촐한 여자축구부의 첫경기는 창단식을 하기도 전에 출전한 소년체전 지역예선.


같은 도내에서 전통의 강호였던 상대 중학교 팀을 만나 전반 시작 5분동안 5골을 먹었다. 이 후 선수를 2군으로 싹 바꾼 상대팀에게 2골을 더 내어주고 우리의 첫시합은 7:0 으로 끝이났다. 그야말로 오합지졸, 실력의 차이를 논할 수도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오합지졸 똘마니들이 1년 뒤에 도깨비팀으로 불리우며 전국 시합을 휩쓸게 될줄은.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찬 순간마다 이 오합지졸들이 함께 하게 될줄은..


그때는 정말. 아무도 몰랐다




나의 열다섯은
희한한 가시나들과 함께 찬란했다.


창단한지 1년도 안 된
오합지졸 여자축구부가
찬란하게 부흥하는 이야기.


리바이벌
가시나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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