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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해 Sep 12. 2023

삶의 안정감은 어디서 올까?


오랜 친구와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친구들이 결혼하고, 임신을 하고 나서는 점점 만나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거리가 멀고 가는 길이 고돼도 만남이 참 소중하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어린 시절부터 친구와 그 가족들과 쌓아온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친구와 밥 먹고 카페에서 대화하는 사소하고 소소한 시간이 나를 즐겁게 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거만으로도 충분한 시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안정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되는 거 같다. 물론 안정감을 느끼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쳤겠지만,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려나감에 따라 안정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꽤나 많았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안정과 편안함.


그동안 나는 결혼을 도피처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었다. 내가 먼저 안정되고 배우자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그 안정감을 줄 수 있을 때에야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스스로 단단해져야 해. 의지하려고 하지 마 ‘라는 주문을 계속해서 머리에 심으면서도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모순적인 생각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가끔은 ‘결혼으로 안정감을 갖는 게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이래.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나아가면 얼마나 좋아’라는 생각을 스스로도 가끔 하고 타인은 백번 이해하지만 왜 나에겐 그런 너그러움이 없는 건지..ㅠㅠ




그런 내가 놀랍게도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고 준비 중에 있다. 아직도 난 스스로를 감당하기 힘들고 가정과 가정이 합쳐져 가족을 이루는 과정이 걱정되고 두렵다. 오빠와 난 어린 시절 비슷한 상처를 경험했지만 서로 가족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달라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많이도 싸웠다. 난 나도 감당 안되고, 나의 가족조차 감당할 자신이 없는데 상대방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가는 길을 걸어보려 한다.


매달 참여 중인 글쓰기 리추얼에서 해당 생각에 대해 부족한 두 사람이 서로를 용납하는 법을 배우고, 또 내가 들기 힘든 상처의 힘을 상대는 쉽게 들어주기도 하며, 그냥 누군가 있다는 게 우리가 된다는 게 안정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혼자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나도 혼자 외로운 걸음이 아닌 함께 발맞춰 나아가며 새로운 나의 삶을, 나의 작은 숲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이 글을 쓰며 노래를 듣는 데 느낀 감정과 결이 비슷하게 느껴져 함께 올려본다.

https://youtu.be/HM3pTcx-WhY?si=by76LaFu8GbwMvuH

이설아 - 그냥 있자 (Piano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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