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세미나를 마치고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던 도중, 한 동료가 위와 같이 성차별적인 얘기를 꺼냈다. 그냥 넘어갈만한 발언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의 웃음과 멋쩍은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택님, 이거 너무 위험한 발언인데요..?" 내가 얘기를 더 이어나가기 전에 다른 동료들이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여자 개발자는 잘 못하죠."
"저도 강하게 동의해요. 제가 그동안 만났던 여자 개발자는 다 못 했어요."
마침 엘레베이터가 도착했고, 많은 사람들이 타있어서 여자 개발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충격이었다. 그 자리에 나를 포함해 8명이 있었는데 이런 성차별적 생각을 무려 세 명이나 갖고 있다니. 그리고 입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 동의하는 동료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평소에 극단적 성향을 띠거나 모난 동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직 고쳐나가야 할 인식과 문화가 많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더 충격이고 반전인 건, 이 발언을 했던 동료의 와이프도 개발자라는 거다.
1주일이나 지났음에도 그 당시 강력하게 내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 게 아쉽다. 다시 한번 이런 성차별적인 얘기가 회사에서 들린다면 꼭 다음과 같이 말해줄 예정이다. 달달 외우고 연습해서 그때는 당황하지 않고 꼭 말해야지.
"그 말씀은 성차별적 발언인 것 같아요. 개발 능력은 성별과 상관이 없잖아요. 제 주변에는 웬만한 남자 개발자보다 더 잘하는 여자 개발자 친구들도 많아요. 남자 개발자가 여자 개발자보다 많기 때문에 잘하는 절대적인 비율은 많을 수 있겠지만 여자 개발자가 뛰어난 경우도 많죠. 이런 고정관념이 여자 개발자들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고 불평등을 심화시켜서, 결국 사회와 기술 진보에 방해가 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성차별적 표현을 하시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그런 무의식적인 편견을 깨도록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진지충처럼 보이려나...? 그치만 할 말은 해야지. 그리고 동료들과 회사 분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