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통찰을 준 '하수구 냄새와 와인'
영종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하루 머물렀다. 바다가 보이는 뷰와 룸 컨디션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부엌 싱크대에서 하수구 냄새가 심하게 올라왔다. 숙소 주인도 냄새를 해결해 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것처럼 보였다. 커튼으로 싱크대가 가려져있었고 수전은 바가지 같은 걸로 덮여있었다. 그럼에도 냄새는 침대까지 뚫고 들어왔다.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상태를 확인하러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몇 분 뒤 주인은 왼손에는 락스, 오른손에는 와인 한 병과 누룽지를 들고 왔다. 냄새에 대한 입막음, 아니 코 막음을 위해 준비한 선물 같았다. 의도적으로 설치된 커튼과 바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냄새가 나는 걸 몰랐다는 냥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정말 냄새가 많이 나네요. 아 이게 수전 밑에 뚜껑이 덜 덮여있었네~ 덜 덮여있으면 가끔 냄새가 날 때가 있더라구요. 락스를 좀 부어주고 잘 잠그면 냄새가 좀 덜해질 거예요. 이 와인은 선물이에요. 혹시 냄새가 또 올라오면 또 연락주세요."
이 말을 듣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인 마시고 술에 취해 냄새를 잊으라는 건가? 락스를 부어도 냄새는 안 없어질게 뻔한데 부담스럽고 귀찮게 어떻게 또 연락을 하라는거지!'
그래도 이런 신경을 써주는 세심함과 서비스 덕분에 불만은 조금 가라앉았고 여전히 냄새는 났지만 코도 적응해 버렸는지 그럭저럭 잤다.
숙소를 예약할 때 20개가 넘는 숙소 리뷰에서 냄새 관련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 집주인의 이런 서비스 때문에 냄새 관련 불평이 없었던 것 같다. 냄새가 난다는 리뷰를 봤다면 다른 숙소를 예약했을 텐데...!! 아무튼 리뷰가 없는 걸 보면 집주인의 서비스가 '단기적으로는' 성공을 거둔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잘된 일일까?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좀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수도 공사를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와인을 굳이 마시지도, 병을 따지도, 들고 가지도 않고 숙소에 두고 왔다. 그리고 숙소 리뷰에는 별점 3점과 함께 '부엌 싱크대에서 냄새가 나는 것 빼곤 다 좋았다'라는 내용의 리뷰를 남겼다. '다 좋았지만 부엌 싱크대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라고 적으려던 걸 집주인의 서비스를 고려해서 문장 구조만 앞뒤로 바꿨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교훈과 통찰.
1. 조그마한 배려와 서비스의 효과
숙박업과 같은 서비스 업에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약간의 배려와 노력으로 손님의 불만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 만약 이런 대처가 없었다면 나는 별점 1점과 함께 신랄한 불평을 늘어놨을 수도 있다.
2.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
숙소 주인이 락스와 함께 와인을 가져와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그건 임시처방일 뿐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단기적 관점에서의 보상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거다.
3. 솔직한 피드백의 가치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피드백하고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숙소를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고, 숙소 주인들도 자신들이 고쳐야 하는 문제를 깨달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