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난 늘 의기소침해 있고 소극적이고 무엇하나 제대로 잘하는 게 없었다. 선생님이, 부모님이, 그리고 친구들이 공부를 잘하면 좋다고 하니까 나도 그냥 따라서 학원에 다녔던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어느 학원에 다니라고 하면 다니고, 다니지 말라면 안 다녔다. 중간에 한 번도 "엄마 나 이거하고 싶은데 그래서 지금 이 학원 끊고 새로운 거 다니고 싶어!!" 아니면 "엄마 새로운 선생님이랑 학원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바꿔볼까?" 절대 이런 적이 없었다.
그냥 친한 친구가 다니는 학원으로 따라 옮기거나 부모님이 다니라고 한 학원을 생각 없이 계속 다니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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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좀 더 공부를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이라도 하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나름 국영수과 학원을 다 다니고, 독서실을 끊고 열심히 공부해도 내 성적은 늘 70점, 잘 보면 80점대. 지금 생각하니까 정말 신기하긴 하다. 어떤 시험이든 90점 이상 맞아보는 게 목표였는데 매번 내 성적은 7,80점대였다.
고2 때쯤이었나, 시험이 끝나고 밤에 집에 들어온 내게 엄마가 물어봤다. "상하야 시험 잘 봤니?" 아뇨 그럴 리가요 엄마... 내 성적은 또 70점대였다.
"아니 못 봤어... 공부 열심히 했는데 왜 맨날 70점대인지 모르겠네"
그때 엄마가 나에게 말하길,
"상하야. 열심히 공부한 게 당장 성적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지금의 노력이 언젠가 빛을 발할 거야. 그러니까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사실 이때 당시에는 엄마가 나에게 해준 이 위로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감사한 말인지 몰랐다. 단지 철없는 마음에 그냥 마음이 좀 더 가볍고 후련해진 기분만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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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여차저차 잘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학교 전공 시험에서 내가 1등을 여러 번 하게 됐을 때, 그때 우연하게 엄마가 해줬던 저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정말 그때의 노력이 빛을 발했구나. 엄마, 그때의 나를 믿어주고 위로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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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엔가 이 얘길 엄마한테 한 적이 있었다. "엄마 그때 나한테 그렇게 위로해 줘서 고마웠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잘 됐나 봐!!"라고. 근데 우리 엄마의 답은.
"으잉?? 내가 그랬었나~ 기억 안 나는데?"
아마 엄마는 진짜 까먹었던 것 같다. 그치만 저 말이 기억이 안 날만큼, 우리의 엄마는 늘 나를 믿고 응원해 줬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 고마워.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자. 지금 내가 누리는, 앞으로 누릴 모든 것들의 공을 우리 엄마에게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