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려 택시를 예약했다. 아침에 짐을 준비하면서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엄청나다. 요 며칠 눈이 많이 내려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펑펑 쏟아진다. 역시 설국 아오모리.
걱정이다. 날씨가 나쁘지 않을 거 같아딱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11시 15분 택시가 집 앞으로 오도록 예약했다.예상이 빗나갔다. 엄청난 눈이다. 아오모리의 경우 겨울의 눈을 대비해 사륜구동차가 보통이다. 근데 택시의 경우 사륜구동이 아닌 경우가 많다.숙소가 산 쪽이라 시내보다 눈이 많이 내린다. 그래서 택시가 들어올 수 있을지,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숙소 앞에도 눈이 꽤 쌓여있어, 택시가 주차할 수 있도록 제설작업을 해두었다. 혹시 택시에 문제가 생기면 내차로 이동할 수 있도록 차에 쌓인 눈도 치워두었다.
그러다 보니 짐 싸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허겁지겁 짐을 챙겨 시간에 맞춰나갔다. 11시 15분 시간에 딱 맞춰 택시가 도착했다. 보통 앞마당에 주차를 해서 왔던 길로 돌아나간다. 근데 오늘은 길거리에 차를 대고 타라고 한다. 차를 돌려서 들어왔던 길로 나가자고 하니, 눈이 많아 계속 직진만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여기까지도 간신히 왔다고.
돌아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았지만 직진해도 큰길로 나갈 수 있어 그렇게 하자고 했다. 택시에 짐을 싣고 출발했다. 큰길까지 나가는 길을 안내했다. 조심조심 운전하면서도 속력을 좀 냈다. 한번 멈춰 서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언덕을 조금 내려가니 승합차가 눈구덩에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하는 수 없이 택시가 잠깐 멈춰 섰다. 원래 좁은 길이었는데 눈으로 도로가 더 좁아져 승합차가 빠져나가야 택시의 직진이 가능했다.
승합차에서 두 명이 내려 차를 밀어보고 있었지만 차가 꿈쩍도 안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택시 기사님께조금 후진해서 왼쪽의 작은 골목길로 향해 좌회전하자고 했다. 택시 기사님도 그게 좋겠다며 조금 후진하기 위해 기어를 바꿨다. 후진하려니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계속 달렸어야 했는데 멈춘 게 문제였다며, 기사님이 걱정을 쏟아냈다.
전진후진을 조금씩 반복하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차가 까딱까딱거릴 뿐 좀처럼 못 빠져나왔다.
급한 마음에 내가 내려서 밀어 보기로 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밀어봤지만안 움직였다.앞에서 밀어보고 뒤에서 밀어보고.. 휴~
눈구덩이에 빠진 승합차
택시 기사님이 승합차를 먼저 돕고 우리도 도움을 받자고 한다. 그래 서로 돕자.
그게 좋을 것 같아 승합차 쪽으로 향했다. 넷이서 밀어 봤지만 승합차가 꿈쩍도 안 한다.
눈은 거칠 줄 모르고 시간은 흐르고 차는 꿈쩍 않고...
다시 택시로 돌아갔다. 택시가 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기사님한테 앞뒤로 움직여보라고 부탁하고, 앞에서 밀었다 뒤에서 밀었다를 반복했다. 까딱까딱하던 택시가 흔들흔들하더니 간신이 구덩이를 벗어났다!
뒤로 후진해서 승합차가 막고 있는 쪽으로 직진할 게 아니라 좌회전을 해보기로 했다. 좌회전하려던 앞바퀴가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택시 기사님도 비행기 시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다시 앞으로 밀었다 뒤로 밀었다. 안 움직이자 기사님이 뒤에서 삽과 받침대 같은 철판을 꺼냈다. 진작 꺼내지..
삽으로 최대한 눈을 파내고 철판을 미끌리는 타이어 밑에 끼워서 탈출을 시도했다. 쉽지 않았다. 다시 눈을 더 파내고 밀고하니 간신이 눈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걸 본 승합차 일행이 다가와서 도구들을 빌려달라고 한다. 도구들을 들고 다시 승합차로. 승합차 바퀴 아래 눈을 파내고 철받침대를 바퀴에 바짝 붙여 끼웠다. 미끌미끌하더니 그래도 눈구덩이에서 탈출. 승합차가 큰길로 빠져나간다.
승합차가 눈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돕고 택시로 돌아가고 있다
방해물이 없어졌으니 우리도 직진해서 빠져나가면 된다. 제발 무사히 큰길까지 나갈 수 있길 빌었다. 근데 조금 움직이던 택시 바퀴가 헛돌기 시작한다. 내려서 밀었다. 혼자 힘으론 소용이 없어 보였다. 그때 빠져나가던 승합차가 후진해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20미터 정도 앞에 차를 세우더니 우리를 도우러 왔다. 너무 고마웠다. 주민 한 명이 가세해서 네 명이서 밀었더니 가벼운 택시라 그런지 쉽게 움직였다. 눈이 많이 쌓인 곳을 빠져나오자 한 사람이 승합차로 돌아가 승합차를 운전해서 큰길로 빠져나갔다. 택시도 조심히 신속히 큰길로 빠져나왔다. 시간을 보니 11시 40분, 25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 시간은 고생한 느낌이었다.
공항 가는길. 큰길에도 눈이 많아 끝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큰길도 눈으로 엉망이었지만 큰 문제없이 공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공항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지나있었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탑승. 무사히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