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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플라 May 31. 2024

'대추 한 알' 시인 장석주 작가 강연을 듣고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서 둥그러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시집 '대추 한 알' 중에서 




'대추 한 알'이라는 시 우리나라 국민시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무척 애정하는 시인데 힘든 일이 있을 때 이 시를 읽으면 큰 위로가 된다.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좋아서 햇 대추가 나오면 사다 먹고, 말린 대추도 종종 사 먹는다. 대추의 달달한 맛을 느끼며 이 시를 음미하면 더 시를 깊이 감상할 수가 있다. 대추가 단 맛이 나는 것은 태풍 몇 개, 천둥 한 개, 땡볕 두어 달, 벼락 몇 개가 주는 시련을 이겨냈기 때문임을 체험하는 거다. 또 대추를 진하게 우려낸 대추 한방차를 마실 때면 이 시를 떠올린다. 

이 시를 쓴 장석주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다. 송파책박물관 4월 문화에서 나온 작가님은 '학연' '혈연' '지연'이 없이도 맨몸으로 세상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 힘이란 바로 책을 읽는데서 나오는 힘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데 돈 아끼지 말고, 시간도 아끼지 말라는 말씀이다. 장석주 작가님이 지금까지 100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그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책 읽기이며 '책을 읽는 뇌는 책을 쓰는 뇌로 진화한다'라고 강조했다. 작가님 살면서 여러 위기를 겪었는데 30년 동안 책을 썼기 때문에 매번 위기를 넘기고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1904년 1월


왜 책을 읽는지를 분명히 기억하며 위해서 위의 카프카의 말을 나의 인생 문장으로 정했다. 책을 읽는 이유는 고정된 사고 틀을 깨뜨려 좀 더 유연하게 사고하며 융통성 있게 행동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한 권씩 읽어나가다 보면 언젠가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 같은 책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강연이 끝나고 남아서 송파 책박물관에 남아서 문 닫는 시간까지 '대추 한 알' 책을 빌려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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