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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혁 변호사 May 19. 2022

'전관예우'의 문제

'전관예우'라고 쓰고, '전관비리'라고 읽고

제가 이전에 글에서  전관 변호사를 설명하면서 전관예우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전관예우’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요?     

 

제가 실무자로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거나 제재 또는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사법시스템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관예우’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이하에서는 만약에 ‘전관예우’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대전제를 말씀드리자면, 전관이 현직 판검사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현직 판검사가 전관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이 없고,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에나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전관 변호사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제가 꾸며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말 훌륭한 선배 법조인들이 계신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자신이 여러 가지 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를 해줄 현직 판검사는 없다는 것입니다.      

      

먼저 판사 전관일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판사 전관이 영향력을 끼친다면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사 전관은 정식으로 변호사로 선임되어 선임계를 내고 활동하며, 자신이 하는 주장이 모두 서면으로 제출되어 공식적인 기록에 남아있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판사가 아주 애매한 경우에는 전관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려줄 수도 있겠지만 논리적 뒷받침도 없이 전관에게 무조건 유리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상대방이 상소를 하면 상급심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는 현직 판사의 커리어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판사 전관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 절차의 진행이 조금 빠르거나 느리게 될 수는 있고, 아주 애매한 경우에 약간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는 있겠으나 상황을 완전하게 반전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판사 전관을 쓰실 것이라면, 판사 전관의 법리 및 판례 해석 능력, 성실성, 정직함과 같은 항목에 더 중점을 두시고 판단해야 합니다.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할 때,      


제가 전국의 판사들이랑 정말 친하고, 대법관분들이랑도 같이 식사도 하는 뭐 그런 사이입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면 선임하지 마세요.      


일종의 사기입니다.  




다음으로 검사 전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사 전관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사건이 검찰에 있을 때입니다.  

이건 당연하겠죠? 사건이 경찰에 있거나 법원에 있을 때는 딱히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수단이 없죠.     

 

예전에는 검찰이 경찰에 대해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였으니까 사건이 경찰 단계에 있더라도 영향력의 행사가 가능했을지 모르나 현재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검사 전관이 어떻게 위력을 발휘하는지는 아래와 같은 추론이 가능합니다.     

 

검사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의 경우 전국의 거의 모든 검사를 한 다리만 걸쳐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안부 인사를 겸하여 전화할 수도 있습니다.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데 정식으로 선임계를 낼 필요도 없고, 그냥 밥 한번 먹자, 술자리 한번 갖자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나서 중간에 같이 알고 있는 검사를 얘기하면서 추억 얘기도 하고, 검사들의 의리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억울하게 형사 사건에 휘말린 사람 이야기를 슬쩍 꺼내는 것입니다.     

 

잘못했으면 혼내줘야겠지만 혹시 억울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사건을 한번 자세히 살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영향력의 행사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추론한 내용에 따르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검사 전관은 사건을 무마시키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관예우로 인해 현직 검사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이를 거부하겠지만 검찰 내부의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현직 검사가 전관예우를 하더라도 꼭 불이익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관예우가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영향력이 크다고 하더라고 아무 사건에서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범죄라던가 유명인이 연루되어 국민들이 쉽게 알만한 사건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으로 무마시키는 것은 힘들겠지요.     

 

그렇지만 사실관계가 매우 복잡한 범죄의 경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건은 관할 검찰청이 계속 변경되면서 전국을 몇 년 동안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검사 전관이라고 하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이 존재합니다.  


만약에 피해자가 명백하게 있는 성범죄를 덮으려고 했다가는 해당 검찰청 전체가 피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급박하게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게 거금을 주고 사건을 의뢰하시려고 고민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해당 사건이 검찰청에 있는지, 정말 해결이 가능한 범위의 사건인지를 고려해보셔야 합니다.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자기에게 맡겨주면 무조건 무혐의 받아줄 수 있다고 한다면 한 번 의심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일종의 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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