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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Mar 17. 2023

견디기 어려운 요즘

망치가 답이다

이완용이 말했다.

-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은 힘이 없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며칠 전 삼일절 기념사에서 말했다.

-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 이제는 일본과 파트너가 되어...

문득 얼마 전에 읽은 김훈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힘없는 조선이) 평화와 독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길은 제국의 틀 안으로 순입하는 것이다. (83쪽)

기시감? 그때 몇 해 전 일본의 갑작스럽게 ‘무역 제재’에 대해 화가 나 횡설수설 쓴 글이 기억났다.     


중3 때인 어느 날 수학 수업 도중, 선생님이 대일무역적자에 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수학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지루한 수학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뭐든 좋았기에  우리들은 마냥 즐거웠다.     


당시 대일무역적자액이 얼마라고 했는데 그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5.16은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였다는 것(당시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다)과 박정희, 김종필, 오히라(일본 외상)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일국교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일제 침략기 36년의 배상금을 일본에게 요구하기로 한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여전하던 시절이라, 비밀리에 최측근인 김종필을 일본에 보내 오히라 일본외상과 ... (어쩌고저쩌고).     


이 긴 이야기는 생략하자. (궁금하면 <김종필-오히라 메모>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된다) 하여간 그 사건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비굴한 악수라고 선생님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뒤 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된 후, 지금까지(1970년 중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반 친구 하나가 “일본에서 사지 말고 다른 나라에서 사 오면 안 되는지요?”라고 묻자 선생님은 물류비 등 현실적인 면에서 보면 비용이 더 든다고 했다. 그날 선생님의 결론은 “그러니 너희들 세대에 이런 수모를 겪지 않으려면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였다.     


50여 년이 지난, 2019년 지금도 일본과의 무역적자는 여전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역제재까지 당하고 있다.(일부 언론은 보복?이라고) 어제 작금의 사태에 대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밤비 소리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다.     


                                                              <횡설수설>     


수학 선생님 말을 따라 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한·일간에 이 지경이 된 것을 반성한다. 하지만 나보다 문제는 현 문재인 정권이다.     


이 사태는 최근 일본이 자국 기업인 일본 제철(구 신일철주금)에 대해, 한국 사법부가 내린 일본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배상 판결이 빌미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발전에 배 아파하던 일본이 잘 나가는 한국 반도체의 목을 죄기 위해 포토리지스트 등 필수 소재 3가지의 수출에 대해 딴죽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태가 야기된 것은 문 정부가 과오가 크다. 문은 행정부의 최고 수반인 대통령이다. <사법부>가 저런 배상판결을 안 내도록 미리 담당 판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으름장을 놓고 정강이를 걷어차야했다. 전 정권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부터 우리가 삼권분립을 따랐나?     


고등계 형사 출신인 친일파 노덕술은 해방이 되고서도 경찰청 간부 등으로 승승장구한다. 문 정권은 <입법부>인 국회에 몽니를 부려야 한다. 이 일본 충견(忠犬)의 얼굴을 십만 원이 아닌 18만 원 권 새 지폐의 화폐인물을 넣도록 법안을 만들 것을. 일본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행정부가 최고다. 이 땅에 삼권분립이 존재한 적이 있기나 했나?               



특별히 영화 감독-방송계 P.D들의 등짝을 쳐서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조지아 커피를 마시고 유니클로 상표가 보이는 옷을 입게 해야 한다. 마일드세븐 담배를 피우면서 다이소나 세븐일레븐에 출입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 주도록, ‘훅’을 날려야 한다. 차도 은행도 국산은 별로니깐, 렉서스를 타고 산와머니를 이용하는 장면을 보여 줘야 한다.     


어제(15일) 같이 국회 5당 대표 초청 청와대 회담 자리 테이블에는 ‘아사이 맥주와 오봉에 뎀부라’를 쫙 깔아 일본에게 간접적인 화해 제스처를 해야 했다. 오늘쯤에는 대통령 자신이 올여름휴가로 후지산으로 갈 것이고, 읽을 책으로는 일본 만화를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갈 거라고 발표해야 한다.     


차후에는 태극기의 태극도 일장기처럼 붉은 원으로 바꿔야 한다. 국방부도 없애고 자위대를 주한 미군 옆에 주둔시켜야 한다. 년도 표기도 일본을 따라 연호 레이아를 쓰고 국기 스포츠인 태권도도 일본 씨름 스모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등등등...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일본에 대한 짝 사랑을 보여 준다면, 일본도 우리에게 저렇게 서운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게 없지 않은가.     


만일 현 정부가 이런 일을 시행하지 않으면 어제 일본 극우 성향의 TV 논설위원이 감히, 싸가지 없이 말했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우리가 이 일에 동참하지 않으면, 장래에 <기초 소재 국산화> 때문에 우리 자식들이 생고생을 할지 모른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실력을 실격시키고 못하고, 잠재력을 잠재울 수 없을지 모른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힘을 여러 개로 분산시키는 것은 잘하는 짓이다. 힘을 합쳤기 때문에 임진왜란 때 조선이 견딘 건 실수다. 일제 강점기 때는 또 어땠고... 이번에도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면서, 눈감고 귀 막고 입 닫고 있으면 된다. 괜히 꿈틀거리면 밟힌다. 



                                  짜증이 극에 달해 더위보다 견디기 어려운 요즘이다.     

 <꼭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 망치를 들고 사정없이  후려치고 싶다>- 고령 새벽 장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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