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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천 Aug 31. 2023

일하다 문득 찾아오는 불쾌감에 관하여

8월 회고


  글쓰기를 시작한 지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블로그에 첫 글을 올렸던 게 제작년 9월 8일이고, 브런치에 첫 글을 업로드한 것도 1년이 넘었다. 처음 글쓰기를 접했을 때는 글을 정말 자주 올렸었는데, 지금은 소재 문제나 현실의 일이 너무 바빠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글을 꼭 업로드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오늘이 벌써 8월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 글을 업로드하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짓말쟁이가 된다.(처음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마케팅 팀에서 인턴을 하며 종종 정리해놨던 나의 생각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입사가 엊그제 같은데, 인턴한지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니 시간 정말 빠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분명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는데, 막상 회사에 출근해보니 너무 피곤하고 기분이 울적한 날이 한 번씩 찾아온다. 이런 날엔 보통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회사를 도망치듯 벗어나기 일쑤다. 나는 T 성향의 인간이라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원인을 찾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글로 현재 나의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먼저 회사를 제외한 나의 개인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1) 한동안 아프던 허리가 많이 좋아져서 헬스를 다시 시작하였고, 일상생활에서의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

2) 인턴을 2달째 하다 보니 회사 출근이 적응되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업무를 보는 게 예전보다 익숙해졌다.(+)

3) 인간관계도 무난히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4) 인턴 때문에 한동안 꾸준히 하던 태권도를 그만뒀지만, 여전히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풋살을 하고 있어 체력 저하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soso)

이렇게 보니 개인적인 상황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회사에서의 나의 상황을 보자. 사실 여기는 좀 할 말이 많은데, 크게 사람과 업무로 나누어 살펴보자.


  사실 회사 사람들과 갈등이 있거나 한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 자체가 너무 개인플레이 성향이 강하다.(물론 내가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주도할 만큼 외향적인 사람이 아닌 것도 한 몫한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회의할 때 아니면 말할 일이 거의 없으며, 점심도 최근에는 항상 혼자 먹고 있다. 


  이렇게 공과 사가 명확히 구분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조금 힘들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나도 인턴하기 전에는 '공과 사가 명확히 구분되는 게 좋지'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크다는 걸 느낀다.


  회사 업무는 어떨까? 사실 회사 업무에도 조금 지쳤다. 회사에서 내 주 업무 중 하나는 회사 블로그를 관리하고, 글을 올리는 것이다. 마케팅 팀 내에서도 seo(검색엔진최적화) 팀에 따로 속해 있을 정도이다. 처음에는 '블로그 운영해봤으니까 잘 할 수 있겠지'라 생각해서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내가 지금껏 해왔던 블로그 운영과 회사 블로그 운영은 태생부터 달랐다.


내가 해왔던 블로그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창구였다. 그래서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좋은 글로 전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회사 블로그는 결국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단순히 사용자에게 좋은 글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앱 설치 및 결제까지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콘텐츠를 올리는 게 회사에 꼭 필요한 일인 건 알지만, 지금은 너무 지친다. 지치다 못해 갑갑하고 숨이 막히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블로그라는 무거운 가면을 벗고, 아는 형이나 친한 선생님이 해주는 조언같이 친근한 글, 내 경험을 100퍼센트 활용하고 담아낼 수 있는 그런 글들을 올리고 싶다. 그래서 저번 주에 정보성 글이 아닌 칼럼(고민 상담) 형식의 신규 콘텐츠를 제안했고 해봐도 좋겠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아직 기존에 하던 게 안 끝나서 못하고 있다.




  기록의 힘이 참 대단하다 느끼는 게, 살아가다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불쾌한 감정들도 이렇게 내 상황을 글을 쭉 써 보니 원인이 파악된다. 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줄어드는 사람이라, 앞으로도 글쓰기는 나의 동반자가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써본 글이라 그런가 두서가 없는데, 혹시나 끝까지 읽은 분이 있다면 방황하는 청춘의 넋두리구나 하고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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