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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천 Dec 31. 2023

6개월 동안의 마케팅팀 인턴을 끝내고

FEAT. 2023년 연말정산

  6개월간의 마케팅팀 인턴이 저번주에 끝났다. 시작할 때에는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6개월이었는데, 돌아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어떤 경험을 하고 나면 반드시 배운 것이 있다. 특히 인턴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경험이라 그런지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선 마케팅팀에서 내가 어떤 업무를 했는지부터 살펴보자. 


블로그 운영

회사 블로그가 내가 입사했을 무렵 만들어져서, 6개월 간 블로그를 운영했다. 월 방문 5,000도 되지 않는 블로그를 어떻게 키워내야 할지 막막했는데, 정말 많이 공부하고 시도했던 것 같다. 업무 시간의 70% 정도는 여기에 할애한 만큼 성과가 있어야 했는데, 다행히 퇴사할 무렵엔 블로그 월 방문 13.3만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무려 26배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블로그 운영을 위한 중기적 계획 수립, 피그마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seo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 등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쉽지는 않았던 업무였다. 업무 강도가 높거나 어렵다기보다는,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드는 게 매일 반복되니 너무 지루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어렵거나 전문적인 일이 아니다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비슷할 거라 생각하여 열정을 잠시 잃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온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해도 마음가짐에 따라 배움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고,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때 나는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어 기계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내가 주도적으로 관여해서 결과를 바꿀 수 있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더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임을 느꼈다. 


소비자 대상 업무

영업 : 에듀테크 컨퍼런스, 학교 앞에서 홍보, 이벤트 진행

cs : 앱에 관련된 전반적인 문의사항들(환불, 앱 내 오류, 기능에 관한 질문 등)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카카오톡으로 고객들께 답을 드렸으며, 이용자의 대다수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이었다.

설문지 제작 및 전화 설문 → 학부모 대상 설문지를 만들어 문자로 발송하였고, 이들 중 실제로 몇 명과는 전화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6개월간 고객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례들을 접했다. 다짜고짜 욕하는 사람, 환불이 안 되는 품목을 환불해 달라고 떼쓰는 사람, 자기가 잘못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 우기는 사람 등등… 다행히 나는 카카오톡으로 고객 상담을 진행했기 때문에 짜증이 덜했지만, 만약 전화나 대면으로 저런 경우가 있었다면 대처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서비스직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체감했다.


  그래도 나름 짬이 쌓이고 나서는 고객의 특성에 따라 대응 방법을 달리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에둘러 거절하는 등,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혔다. 또 '나는 알지만, 고객은 모를 수 있다.'를 항상 새기며 업무를 하다 보니,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회사를 다녀보니, 일단 매일매일 출퇴근한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매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퇴근만 해도 6천보 이상 걸으니 퇴근하고 나면 다른 걸 할 기력이 없었다. 또, 8시간 이상 같은 자리에 앉아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묵묵히 회사에 다니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존경한다. 다들 엄청난 인내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출근한다는 것을 느꼈다.


  팀원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다들 자신이 맡은 역할 그 이상을 하려 하고,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시도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취업만 하면 공부 안 해도 되겠지’라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라는 말이 내 마음 한켠에 깊게 새겨졌다. 


  그리고 팀원 분들과 업무적으로 소통할 때 보면 다들 필요한 정보만 깔끔하게 잘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 역시 많이 따라 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이는 앞으로 일할 때뿐 아니라, 사람들과 협업할 일이 생길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턴으로 특정 직무에 대한 전문성(하드 스킬)을 키웠다기보다는, 일을 잘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역량(소프트 스킬)들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미래를 그려나갈 시기인데, 이번 경험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내일이면 새해가 되는데, 2024년에도 새로운 경험, 좋은 인연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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