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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천 Aug 14. 2024

사람보다 따뜻한 로봇

천 개의 파랑

  오늘 소개할 책, <천 개의 파랑>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작품에서, 세상은 이제 로봇과 함께한다. (심지어 편의점 알바도 로봇이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SF라고 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소 허무맹랑한 작품들이 많지만, 이 작품은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다.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인 아시모가 세상에 나온 게 2000년이니, 오히려 아직도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지 않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주인공들의 서사나, 작품의 전개도 꽤나 설득력 있었고, 결말도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좋았던 소설이었다.


“삼차원의 우리가 일차원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

→ 이 말이 왜 이렇게 멋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문장력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서인지, 이런 표현들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현실의 무게감이 몸을 눌러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것은 몸속에서 흐르지도, 버릴 수도 없는 물로 오래도록 고여 있었다. 비린 냄새가 났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몸을 뒤척일 때도 속에 쌓인 슬픔이 찰랑거리며 비린내를 풍겼다. 슬픔이 비림으로 바뀌자 후에는 꺼내려고 해도 비릿해서 꺼낼 수 없어졌다.

→ 슬픔을 비린내로 표현한 게 인상 깊다. 슬픔을 오래 간직해봤자 돌아오는 건 비린내뿐임을, 그래서 털어낼 수 있을 때 빨리 털어내야 함을 직관적으로 잘 나타낸 구절이라 생각한다.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과 같은 마음을 가졌던 콜리, 아니 어쩌면 사람보다도 더 투데이를 걱정했던 콜리다.  차가운 금속이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그가, 이 세상엔 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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