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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26. 2024

누구나 원하지만 하지 않는 것!

몇 주 만에 주말 아침 가족 모두 동네 호숫가로 하이킹을 갔다. 벌써 몇 번 다녀왔지만,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너무 오래 걷지 않아도 돼서 즐겨 가는 곳이다. 우리 집 강아지도 내가 '해리 우리 하이킹 갈까?' 하면 먼저 들떠서 낑낑대면 식구들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캘리포니아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산이라고 해도 큰 나무도 별로 없고, 대체로 흙길이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비가 계속 와서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곳은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도 있고, 빨리 걸으면 한 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어, 주말 오전에 잠깐 걷기에는 좋은 곳이다. 이 작은 호수 밑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이킹을 끝내고 간단히 테이크 아웃 점심을 사서 집에 와 먹으면 나름 오전을 보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워낙 돌아다니는 걸 귀찮아하는 엄마를 둔 우리 아이들에 뭔가 같이 할 게 있을까 고민하다 돈 안 들고 나름 건강에도 좋을 것 같은 하이킹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 집 강아지도 같이 참여할 수 있으니 나름 훌륭한 선택이라고 만족하기도 한다. 



책 '세이노의 가르침'에 뒷장에 나온 저자의 추천 도서 중 읽고 싶은 책을 인터넷에서 주문하면서 지난주 내 생일에 스스로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책을 미국에서 주문하면 한국에서 살 때보다 30프로 이상 비싼 것 같아 아까운 마음이 들어 한 생각이다. 

계속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한 책을 이주이상 붙들고 있다 끝내서 사실 다 읽고 나서도 대략적인 내용을 기억하거나, 몇 달이 지나면 아예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대해 세이노 저자는 책 한 권은 이삼일 안에 다 읽어야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고, 가끔은 잠도 줄여 읽으라고 한다. 배가 부르면 졸리니 굶거나 아주 조금 먹으라고도 한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조금만 더 먹어도 포만감이 심하고, 소화에 더 시간이 걸리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조금 먹어야지 하면서도 항상 '조금만 더'하는 생각에 과도하게 먹곤 하는데, 세이노 저자의 얘기에 뜨끔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문득 본 유튜브에서 '사장학 개론'을 쓴 김승호 회장은 '자신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삼일을 굶는다'라고 얘기했다는 걸 듣게 되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은, 몸에서 점점 더 적은 양의 음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금만 배가 고프면 주변에 있는 과자와 간식들을 주섬거리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진짜 영양분이 필요하기보다는 먹는 습관이 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저자 세이노는 전에 자신이 가난하고 돈을 벌어야 했을 때, 배부르면 졸릴까 라면도 끓이지 않고 생으로 먹었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피보다 진하게 살라'고 말한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한다. 주로 쉬는 날 전날 간단히 맥주나 소맥을 즐겨 먹는데, 요즘은 피곤해서인지 조금만 먹어도 숙취가 생기거나 너무 취하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는 주 6일 일을 한다고는 해도 일의 강도가 세지 않아서 주중에 술을 마셔도 견딜만했는데, 여기서는 주말에 하루 이틀 마시는 것도 몸에 잘 받지 않는 걸 느낀다. 




최근에 고등학생이 딸에게 두 권의 책 '부의 정원사'와 '자동 부자습관'을 선물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와서 한국말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여기서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이제는 영어로 책을 읽는 게 더 편하다는 얘기 때문에 영문판으로 사주었다. 

나는 내 딸이 어떤 대학을 하던지, 어떤 일을 하게 되던지, 돈과 재정적인 관리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부자가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힘들거나 돈을 벌지만 관리를 못해 허덕이면서 살지 않기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하는 '복리의 힘'을 일찍 깨닫기를 바란다. 

내가 최근에 읽은 돈과 부에 관한 책들을 쓴 많은 저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얘기는 '사람들은 돈에 관한 얘기를 터부시 한다'는 것이다. 

'누가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든가 '부동산을 사서 얼마가 뛰어 엄청난 차액을 남겼다' 등의 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솔깃해하며 주식을 해야 하나 혹은 경매를 시작해야 하나 등등의 고민을 하지만, 정작 돈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건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돈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은 출판 당시 출판사에서 '돈'이 들어가는 제목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 얘기하며 제목을 바꾸길 종용당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끔 나는 왜 내가 이십 대에는 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저자 세이노의 말처럼 그냥 그런 중산층에서 태어나 살면서 크게 돈걱정을 해보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이 돈걱정을 하게 하는 걸 마음 아파한다. 그래서 본인들은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식들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이만큼의 돈을 들여 너희들이 이것을 배우는 것이니,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겠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다도 크게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본인들이 하는 어떤 것들에 돈이 들고, 그 돈은 부모가 힘들게 번 것이니 최소한의 걱정은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십 대에 '사람은 돈이 있어야 나의 시간을 나의 의지로 쓸 수 있게 된다'라고 알게 되었다면, 지금과 다른 경제 상황을 갖고 있을까? 그래도 나는 지금이라도 내가 다른 삶의 형태에 눈을 뜰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삶을 통찰하고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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