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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Oct 10. 2024

셋째 날 - 놓칠뻔한 날

이유 없이 쓰지 못할 뻔 한날

핸드폰 시계는 정확한 시간에 알림을 주었다. 그러나 오후에 잠시 멍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별하게 피곤한 일이 있거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지도 않았지만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할 때 하는 멍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분명히 알림 소리를 듣고 끄면서 글을 써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였다. 무언가 나를 방해하는 것이 있었다. 내속에서 잠시 속삭이는 소리를 무시하였다. 왜 이런 상황들이 생기는 것일까


다행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참 다행이다. 작심삼일이 아닌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


오후 그 시간에 나는 왜 글을 써지 못하였을까. 다른 바쁜 일이 있지도 않았다. 그 순간 알림을 듣고 바로 글을 쓸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잠시 망설임이 있었지만 하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도 아닌 '그냥 잊자'라는 생각. 그것으로 생각의 끈을 놓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내일 다시 그런 시간이 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꼭 매일 써야 한다는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를 놓치면 다음날도 그럴 것 같고 그렇게 또 그 시간들이 길어질 것 같아 당분간만이라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 


살아오면서 나는 그렇게 강단이 있다고 해야 하나. 계획한 것을 꼭 이루어야지 하는 목표의식이 뚜렷한 편이 아니었다. 꾸준히 하는 것을 할 수 있었으나 열심히라는 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그만큼의 나로 이어졌다. 다행히 가진 꾸준함으로 조금씩은 변할 수 있는 것에 스스로를 놓았다. 그런데 유난히 글 쓰는 것은 나를 작게 만들고 있다. 왠지 자꾸만 후회를 시간을 가지게 한다. 


후회라는 감정을 가지는 편이 아니라 더욱 불편하다. 나에게는 매우 낯선 감정이다. 스스로 목표하지 않으면 잘 가지는 감정이 아닌데 글쓰기는 지나고 보면 하지 못한 것에 후회라는 감정이 쌓인다. 그래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가 아닌 다른 감정을 만나고 싶다. 글쓰기가 어떤 형태의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하지 않고 후회하는 감정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오늘 느낀 상황이 다른 날에 마주하면 나를 잡을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 오늘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후에 가진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전에는 잊고 지나갔다. 다시 생각나는 날이 있으면 다시 쓰기 시작하고 멈추고를 반복하였다. 아마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였고 막연하게 가진 글 쓰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시작하고 나면 적어놓은 글에 대한 불만족. 아니면 나의 실력에 대한 현실성을 마주하기 싫은 상황. 아님 그냥 게으름이었나.


지금에 와서 특별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많은 조언들. 그리고 이제는 실력으로 글을 보지 않고 인정하고 나를 볼 수 있는 그 마음. 그대로의 나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상에 나를 두지 않기. 그런 생각에 조금 더 집중해 보면 꾸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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