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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Dec 20. 2024

일흔 다섯째 날 - 나의 동굴


마음이 혼란하거나 때로는 미움감정이 생겨 어떻게 풀어야 될지 모를 때 그리고 나의 에너지가 바닥나면 동굴을 찾는다. 나 혼자만의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갖는다. 충전시간이 필요하다. 충전이 아니라 때로는 버리는 시간.


동굴 안에서 나는 오로지 나만 보거나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때로는 시간을 죽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길 바랄 때는 잠을 자려고 하지만 원할 때 잘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찾는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동굴을 가지는 것이 가족사이에서는 쉽지 않다. 공간적으로 그렇고, 원하는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을 때는 잠시 미루기도 한다. 만약 미루지 못할 때는 아주 곤란한 경험을 한다.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다행히 지금은 공간적으로 동굴을 가질 수 있어 좀 더 여유가 있다. 그렇지 못한 시간을 지나온 것에 감사한다. 그 시간들을 지나 지금은 다행히 동굴을 쉬이 들어갈 수 있다. 그것만으로 안심이 된다.


동굴에 오래 있지 않는 편이라 그것도 감사하다. 그렇지 않은 주변이들이 있어 힘들 때도 있다. 나의 동굴이 타인에게는 도피일 수 있음을 느낀다. 각자의 동굴이 얼마나 다양한지 우리는 알고 있다. 관계의 어려움은 이런 다양함으로 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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