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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Dec 21. 2024

일흔 여섯째 날 - 눈 치우기

포천에 있는 작은 농막으로 왔다. 눈이 많이 내려 작은 언덕이지만 위험할 것 같이 진입로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였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눈길이다. 오늘 눈은 물기가 덜해 치우기가 수월하였다. 농막주위와 길의 눈들을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온통 눈으로 덮여있어 보기에 좋다. 오랜만에 눈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항상 아파트 안에서 보면 층수 때문이기도 하고 바로 눈들을 치워 보기 어렵다. 눈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눈꽃들로 잘 보였다. 눈이 이뻤다.


오랜만에 눈을 치우다 보니 생각보다는 춥지 않아 재미있게 했다. 저녁에 앉아 있으니 조금씩 허리가 아파온다.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으로 평소에 하지 않는 자세로 힘을 쓴 것이 무리가 되었나 보다. 그러나 할 때에는 오랜만에 신이 나서 하게 되었다.


자주 오는 곳은 아니지만 우리 집 주위였어 치워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시골길이라 왕래가 빈번한 곳이 아니라 누구의 발자국도 찍여있지 않았다. 눈 치우는 밀대 같은 것으로 했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느껴졌는데 몇 번 하니 무게감이 더해졌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만 정리하고 마무리하였다. 그래도 치우고 나니 뿌듯하였다. 숙제를 아주 잘 마친 기분이다. 날씨가 추워 눈이 더디 녹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오늘만큼은 이쁜 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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